- 北이 원하는 경제제재 조속 해제
- 열쇠쥔 트럼프가 나서야 하지만
- 자국 문제에 대선까지 앞둬 난관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을 향해 대화·소통의 메시지를 전했음에도 돌아온 것은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폭파라는 처참한 결과였다. 문 대통령이 6·15 남북정상회담 20주년을 맞은 지난 15일 “남북 간 합의는 어떠한 정세 변화에도 흔들려서는 안 될 확고한 원칙”이라고 강조한 지 하루 만인 16일 북한은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고 추후 군사도발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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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16일 오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업무보고를 마친 뒤 회의장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
그동안 북한에 끌려간다는 비판도 감수하며 대북 관계에서 인내하며 ‘로키’를 취했던 문 대통령의 대북 정책에 대한 회의론이 국내·외적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 섞인 관측이 나온다. 북한이 단순한 협박용이 아님을 보여주기 위해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만큼 예고했던 군사도발까지 이어지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뛰어온 지난 3년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남북 연락사무소와 남북 군사합의는 문재인 정부가 남북관계에서 최대 성과로 자부하는 것들이다. 특히 한반도 상황을 국내의 시각보다 더 크고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국제사회로부터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지속적인 지지를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문 대통령이 기회가 있을 때마다 북한을 향한 메시지를 보내고, 비무장지대(DMZ)의 평화지대화·남북 보건협력·북한 주요 지역에 대한 개별관광·남북 철도 연결사업과 같은 ‘할 수 있는 사업’의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지만 북한이 현 상황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대북 경제제재 해제’라는 선물을 안겨주기 위해서는 열쇠를 쥐고 있는 미국을 움직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외교적 카드로 정치권에서는 대북특사 얘기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지만, 그보다는 대미특사를 보내 남북대화를 위한 여건을 미국이 만들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선 등 자국 내 문제에 골몰해 있으면서 추가 흥행을 끌어내지 못하는 북미 대화에서 한 걸음 물러서 있는 형국이라 대미특사로도 활로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남북 관계가 실마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꼬여 버린 원인으로는 우리 정부가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왔다는 점도 꼽힌다. 김여정 제 1부부장의 담화에 통일부가 화답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 것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북한이 지속적으로 공세를 취하면 우리 정부가 그에 쫓기듯 대응해온 것이 반복되면서 주도권을 뺏긴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는 이날 오후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에서는 이례적으로 북한의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파괴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특히 이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사태의 책임이 전적으로 북한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며 추후 예상되는 북한의 도발에 강력 대응할 것임을 경고했다. 그럼에도 청와대 내부에서는 국제사회를 향한 외교적 노력을 지속하면서 반전의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기류도 읽힌다.
김태경 기자 tg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