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불바다설까지 거론
- 한미동맹 균열 시도 해석도
북한 김여정 노동당 제 1부부장의 17일 담화를 살펴보면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실망감을 의도된 거친 어조로 쏟아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면서도 ‘책임’ ‘신의’ ‘약속’ 등을 언급하며 남북 간 신의가 깨진 것이 우리 정부 탓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미국에 대한 사대주의’가 약속 불이행의 주요 원인이라고 비판했다. 바꿔 말하면, 문 대통령을 향해 미국의 눈치를 보지 말고 남북 간 합의사항 이행과 대북제재 해제를 촉구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김 제1부부장은 4·27 판문점 선언과 9·19평양공동선언 등 남북 합의가 이행되지 않은 것을 두고는 “남측이 스스로 제 목에 걸어놓은 친미사대의 올가미 때문”이라며 “남북합의문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한미실무그룹’이라는 것을 받아 물고 사사건건 남북관계의 모든 문제를 백악관에 바쳐왔다”고 비난했다. 남북 간 할 수 있는 일이 있음에도 문 대통령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 제재를 핑계 삼아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시각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김 제 1부부장은 “남북 합의 보다 ‘동맹’이 우선이고 ‘동맹’의 힘이 평화를 가져온다는 맹신이 남조선을 지속적인 굴종과 파렴치한 배신의 길로 이끌었다”고 했다. 이는 ‘한미동맹’이 남북 합의에 우선 되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으로 해석된다. 이를 두고 한미 관계의 균열을 본격적으로 시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 제1부부장은 또 “전쟁놀이를 하라고 하면 전쟁놀이를 하고 첨단무기를 사가라고 하면 허둥지둥 천문학적 혈세를 섬겨 바칠 때 저들의 미련한 행동이 북남합의에 대한 난폭한 위반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모를 리 없었을 것”이라며 우리 군의 F-35A 스텔스 전투기 등 신무기 도입도 문제 삼았다.
대남사업을 담당하는 장금철 당 통일전선부장은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의 유감 발표에 대해 “북남 관계가 총 파산된 데 대한 책임을 진다고 하여 눈썹 하나 까딱할 우리가 아니다. 득실관계를 따져보아도 우리에게는 아무런 실도 없다”고 밝혔다. 장 부장은 “지금까지 북남 사이에 있었던 모든 일은 일장춘몽으로 여기면 그만이다. 앞으로 남조선 당국과 무슨 교류나 협력이란 있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날 조선중앙통신은 ‘파렴치의 극치’ 제목의 논평에서 전날 통일부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장의 성명을 거론하며 “입 건사를 잘못하면 그에 상응하여 이제는 삭막하게 잊혀 가던 ‘서울불바다설’이 다시 떠오를 수도 있고 그보다 더 끔찍한 위협이 가해질 수도 있겠는데 그 뒷감당을 할 준비는 되어있어야 하리라고 본다”고 지적하며 대남 압박 수위를 높였다. 김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