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일본 정부 책임을 처음으로 인정한 우리 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경색돼 있던 한일관계가 연초부터 고비를 맞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는 지난 8일 고 배춘희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들에게 1인당 1억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이는 우리 사법부가 일본 정부를 배상 주체로 명시한 최초의 판결이다.
이날 판결은 주권 국가는 다른 나라 법정에서 재판을 받을 수 없다는 ‘주권면제(국가면제)’ 원칙을 주장한 일본 측 논리를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의미가 있다. 당장 일본 정부는 “국제법 위반”이라면서 남관표 주일대사를 불러 항의했다. 한국 측의 재판권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항소도 안 할 방침이다.
일본 정부가 이번 판결과 관련해 유엔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아사히신문 보도도 10일 나왔다.
이번 판결은 강제징용 판결로 초래된 갈등을 놓고 출구전략을 모색하던 한일관계에 또다른 뇌관이 되고 있다.
정부는 파장 최소화를 위해 고심하고 있다. 외교부는 이날 대변인 명의 논평에서 판결을 존중한다면서도 “한일 양국 간 건설적이고 미래지향적인 협력이 계속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2015년12월 한일 정부 간 위안부 합의가 양국 정부의 공식 합의라는 점을 상기한다”며 유화적인 메시지를 보냈다.
이런 가운데 새로 출범하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한미일 삼각공조를 위해 한일관계 개선을 압박할 경우 한미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우리 정부의 고민은 깊어질 전망이다. 정유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