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법치 부정… 부패한 세력”
- 정부와 대립각 세워 입지 구축

- 최대 고비 부인·장모 관련 의혹
- “예외 없이 수사… 다만 공정해야”
- X파일에도 “무제한 검증” 강조

- 국힘 입당 관련해선 즉답 피해
- 여권은 “정치깡패” 尹 십자포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반문(반문재인)’을 기치로 대선 무대에 올랐다. 검찰총장직 사퇴 후 4개월간의 잠행을 깬 것이다. 반문 세력의 총결집을 위한 선두에서 대선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지만, 대통령 후보로서 자질과 도덕성에 대한 검증대에도 오르게 됐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서울 윤봉길의사기념관에서 열린 대선 출마 선언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정록 기자

윤 전 총장은 일단 문재인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며 자신의 입지를 구축하는 모양새다. 이날 출마선언문에서 윤 전 총장은 문 정부를 향해 거친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문 정부를 향해 “오만하게 법과 상식을 짓밟는 정권”, “부패하고 무능한 세력”, “공정과 상식을 무너뜨리고 자유와 법치를 부정하는 세력” 등으로 맹공을 퍼부었다. 출마 선언 장소로 매헌 윤봉길 기념관을 택한 배경도 ‘자유 민주주의’를 강조, 문 정부와 차별화하려는 의도가 깔렸다.

대권 행보를 가동한 윤 전 총장이 맞닥뜨릴 고비는 ‘서초동발 사법 리스크’다. 당장 윤 전 총장은 옵티머스 펀드 사기 사건의 부실 수사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서 수사받고 있다. 윤 전 총장 부인 김건희 씨와 장모 최모 씨가 연루돼 수사·재판 중인 사건만 서너 건에 달한다. 법치와 정의를 강조해온 윤 전 총장이 도덕성 문제로 흠집날 경우 대권가도에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

윤 전 총장은 정면 돌파 의지를 드러냈다. 윤 전 총장은 기자회견 이후 질의응답에서 “제 친인척이든 어떤 지위에 있는 분이든 수사와 재판, 법 적용에 예외가 없어야 한다”며 “다만, 법 집행은 국민이 납득하게, 공정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처가와 관련됐다는 X파일에 대해서도 “무제한 검증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정치적 중립 논란에 대해서도 그는 “검찰총장을 지낸 사람이 선출직에 나서지 않는 관행은 의미 있다고 생각하지만, 절대적인 원칙은 아니다”며 “법치와 상식을 되찾으라는 국민 여망을 외면할 수 없었다”고 방어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지지자들이 윤 전 총장의 대선 출마 선언 기자회견장 앞에 모여 응원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 전 총장은 “국민의힘과 정치 철학 면에서 생각을 같이 한다”고 했지만 입당 여부에 대해서는 “이 자리에서 답변드리기 어려울 것 같다”고 유보했다. 반문 세력의 결집을 위해 ‘국민의힘+알파’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윤 전 총장은 앞으로 한 달간 민생 탐방을 시작하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을 만나 이야기를 들으면서 부족한 역량을 보완하겠다는 취지다.

여권은 맹공을 퍼부었다.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TBS 라디오에서 “윤 전 총장은 검사가 수사권을 갖고 보복하면 깡패라고 했었는데, 그 말을 그대로 돌려드린다”며 “검찰총장직을 이용해 정치적 발판으로 삼으면 정치깡패”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윤봉길 기념관은 수백 명의 지지자로 북새통을 이뤘다. 지지자의 축하 화환은 기념관 입구에서 인근 도시철도 역 앞까지 이어졌다. 윤 전 총장은 기자회견 이후 기념관 밖으로 나와 “국가의 기본을 세우고 나라를 세우고 나라를 정상화시키겠다는 열망으로 매헌기념관에 모이신 여러분의 열망과 기대, 저 역시 실망시키지 않고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김해정 기자 cal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