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련법선 범죄 여부 규정 없어
- 정부 ‘현저한 공훈’ 긍정적 판단
- 추징금 2600억 납부 노력 인정
- 전 전 대통령과 차별성 강조도
- 심상정 “국민 상식 벗어나” 비판
노태우 전 대통령 국가장은 27일 국무회의에서 결정됐다. 김부겸 총리는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정부는 이번 장례를 국가장으로 해 국민과 함께 고인의 업적을 기리고 예우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행정안전부는 보도자료를 내고 “노 전 대통령이 12·12사태와 5·18 민주화운동 등과 관련해 역사적 과오가 있지만, 직선제를 통한 선출 이후 남북기본합의서 등 북방정책으로 공헌했으며, 형 선고 이후 추징금을 납부한 노력 등이 고려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결정은 관련 법 규정이 명확하지 않은 가운데 정부가 고심 끝에 정무적인 판단을 내린 결과인 것으로 보인다. 국가장법은 2조에서 전현직 대통령이나 대통령 당선인이 서거하면 국가장을 치르도록 하고 있다. 중대 범죄를 저질렀는지 여부에 대한 언급은 없어 이 조항만 보면 어떤 범죄를 저질렀더라도 거액의 국고가 투입되는 국가장의 대상자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 법 1조에는 대상자와 관련해 ‘국가 또는 사회에 현저한 공훈을 남겨 국민의 추앙을 받는 사람’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국가와 사회에 현저한 공훈을 남겼는지, 국민의 추앙을 받는지를 국가장 대상을 가리는 기준으로 제시한 것이다. 정부의 이번 결정은 12·12나 5·18 같은 ‘과’를 넘어 대통령 재임시의 ‘공’이 ‘현저한 공훈’이며 이로 인해 노 전 대통령이 ‘국민의 추앙을 받는지’에 대해 정부가 긍정적인 판단을 내린 것으로 읽힌다.
노 전 대통령은 퇴임 후 12·12 주도, 5·18 광주 민주화운동 무력 진압, 수천억 원 규모의 비자금 조성 등과 관련해 내란목적살인죄 등의 혐의로 수감됐고 법원에서 징역 17년형과 추징금 2600억여 원을 선고받았다. 1997년 특별사면 조치로 석방됐지만, 추징금은 미납 논란 후 2013년에야 뒤늦게 완납했다.
이런 까닭에 5·18 관련 단체 등 진보 진영이나 여권 일부는 국가장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민형배 송갑석 윤영덕 이병훈 이용빈 이형석 등 민주당 광주 지역 의원은 성명에서 “노태우는 명백한 5·18 학살 주범 중 한 명일 뿐”이라며 “광주와 국민 앞에 진심 어린 사죄와 참회가 없는 학살의 책임자를 국가장으로 장례를 치르면 후손들에게 대한민국 민주주의와 정의를 얘기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정의당 대선 후보인 심상정 의원도 “내란죄를 범한 전직 대통령의 국가장 예우를 박탈하는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례를 국가장으로 치르겠다고 하는 것은 국민 상식에도 벗어난다”고 비판했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국가장 결정은 향후 중대 범죄를 저질러 수감된 다른 전직 대통령이 사망할 경우 장례 관련 예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두환 전 대통령도 노 전 대통령과 같이 12·12 쿠데타와 5.18 광주민주화운동 무력 진압 등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행안부는 이런 우려를 고려한 듯 노 전 대통령의 업적에 대해 설명하면서 전 전 대통령과 차별화된 부분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병욱 기자 junny9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