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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국의 정치 톺아보기] 불도저로 회귀한 이재명, 김종인과 선긋는 윤석열…당을 쥐락펴락

당 장악 나선 ‘0선 후보’들

  • 선임기자 thrkk@kookje.co.kr
  •  |   입력 : 2021-11-29 20:12:01
  •  |   본지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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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선대위 3주 만에 대수술
- 친정체제 꾸리고 입법 드라이브
- 文 정부와 차별화도 점점 노골적
- 친문 세력 안고 가는 정치력 필요

- 윤석열, 金 원톱 끝내 수용 거부
- 자리 비워둔 채 선대위 개문발차
- 리더십 확인했지만 한계도 뚜렷
- 정권심판 뛰어넘는 비전 보여야

대선 D-100일이 카운트다운 되면서 여야의 ‘진검승부’가 시작됐다. 그런데 양강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두 사람 모두 국회 경험이 전무한 ‘0선(選)’이다. 당내 기반은 허약하거나 아예 없었다. 당연히 당이 선거의 중심이 될 것으로 예상됐고, 실제로 그렇게 흘러가는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후보로 선출돼 본격적으로 당무를 관할하게 되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선출직 지방자치단체장을 경험한 이재명 후보는 물론이고, 정치 경험이 일천한 윤석열 후보도 당을 장악하는 데 적극적이다. 당선 이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중진의원들도 강력한 후보 앞에서는 몸을 낮출 수밖에 없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 회의실에서 열린 민생·개혁 입법 추진 간담회에 참석해 ‘새로운 민주당으로 거듭나겠다’며 사죄의 큰절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왼쪽),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24일 오후 서울시내 한 식당에서 만찬 회동을 하고 있다. 권성동 사무총장이 배석했다. 국회사진기자단
■닮은 꼴 ‘0선’ 후보들 뚝심 경쟁

국회의원 경험을 쌓고, 당내 두터운 지지 세력을 가졌던 지금까지의 대선 후보들과 ‘0선’ 후보들의 입장은 다르다. 당 조직에 완전히 의존하는 선거를 할 경우 당선되더라도 자칫하면 본인이 아닌 ‘기득권의 승리’로 인식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당선 직후부터 휘둘리는 원치 않는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은 당선 이후 새천년민주당 구주류와 불화 끝에 결국 신주류가 열린우리당을 창당해 분당했다.

후보 때부터라도 확실하게 당을 장악해야 당선 후 주도권을 가지고 안정감 있는 국정 운영이 가능해진다.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는 많은 점에서 닮은 꼴이라고 할 수 있다. 국회의원 ‘0선’이라는 부분과 함께 비호감도 역시 높다. 이재명 후보는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변호사 비용 대납 의혹 등으로 검찰에서 조사가 진행 중이고, 윤석열 후보는 고발 사주 의혹과 한명숙 모해위증 교사 등 수사 방해 의혹을 놓고 공수처가 수사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후보들이 당을 제대로 장악하지 못하면 대선을 치를 수가 없다.

여당이건 야당이건 대선후보로 당선되는 순간 당무를 관할하게 된다.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후보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이다. 여당이건 야당이건 ‘전부 아니면 전무’의 대결인 대선에서의 패배는 상상도 하기 싫다. 따라서 선봉장인 후보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줄 수밖에 없고, 장악력도 끌어올릴 수 있다.

후보 본인 문제로 인한 가변성이 역대 어느 대선보다 높아진 상황에서 후보들의 ‘뚝심’은 남은 99일 동안 선거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한편으로는 후보들의 당 장악이 대선 이후 계파 논란으로 연결될 소지가 다분하다. 새로 등장한 ‘실세’들이 대선 직후 실시되는 6월 지방선거에서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나설 가능성이 높고, 당내 ‘친이’ 또는 ‘친윤’이 득세를 할 수밖에 없는 구도다. 하지만 그 부분은 대선 이후에 고민할 문제다. 대선 승리를 위해 당장 필요한 것은 당과 선대위를 거머쥘 후보의 정치력이다.

■李 “이재명의 민주당” 당·청과 차별화

이재명 후보는 ‘쇄신’을 내세워 민주당을 장악해나가고 있다. 후보 선출 이후 컨벤션 효과를 누리지 못하면서 지지율이 정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자 ‘이대로는 진다’는 진단이 당 장악의 강력한 명분으로 등장했다. 이 후보는 지난달 10일 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후 ‘용광로 선대위’ 구성을 위해 화합에 방점을 찍었고, 언론에 대해서도 본인보다는 선대위 차원에서 대응토록 했다. 후보 본인의 색깔은 옅어질 수 있다.

그러나 이른바 ‘역벤션 효과’로 지지율 정체 현상에서 벗어나지 못하자 3주 만에 “민주당의 이재명이 아닌 이재명의 민주당”을 전격 선언하고 당과 선대위 장악에 나섰다. 사무총장에 최측근인 김영진 의원을 임명하는 등 친정체제도 확실하게 구축했다. ‘조연’을 자임하고 나선 송영길 대표로부터 전권을 위임받았고, 그동안 참아왔던 문재인 정부와의 차별화도 주저하지 않고 있다.

‘이재명의 민주당’은 지난 24일 이 후보가 주재한 민생·개혁 입법 추진 간담회에서 잘 드러났다. 이 후보는 이날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변화되고 혁신된 새로운 민주당으로 거듭나겠다”면서 “(야당이) 부당하게 발목을 잡는 사안이 있다면 권한을 최대치로 행사해 신속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안처리 과정에서 예상되는 야당의 반대와 관련해서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을 언급하면서 “어차피 태울 패스트트랙이라면 한꺼번에 태우는 것이 효율적”이라고도 말했다. 기동민 의원이 “(그렇게 하면) 이 후보의 민주당이 막 밀어붙이는 것이 아니냐는 공포가 있을 것 같다. 정제된 논의가 필요하다”고 신중한 접근을 당부했으나, 이 후보는 “내게 주어진 선장의 역할을 다해야 하기에 여러분에게 좀 이질적인, 쉽게 용인하기 어려운 무리한 말씀을 드린 것이 있다고 해도 이해해주기 바란다”는 말로 일축했다. 망설임 없이 ‘이재명 스타일’대로 밀어붙이라고 지시한 것이었다. 이날 간담회를 기점으로 민주당을 철저하게 장악하겠다는 의지를 확고하게 천명한 것인데, 그립이 강력하다 보니 사당(私黨) 시비까지 나오고 있다.

청와대 및 정부와의 차별화도 점차 노골적이다. 이 후보는 경선 승리 직후 문재인 대통령을 만났을 때까지만 해도 문 대통령의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 대해 “내 생각과 너무 똑같았다”고 말하는 등 문 대통령을 상당히 의식하는 듯한 발언들을 내놓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현 정권의 정책과 차별화를 부각하고 있다. 정권교체 여론이 심상찮다는 점이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의 차별화 발언은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억제에만 신경 썼다”, “청년이 희망을 잃은 데는 집권 세력에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만행에 가까운 예산편성을 했다”, “조국 전 장관이 과도한 수사로 피해를 봤어도 의혹이 사실이라면 책임지지 않을 수 없다”, “대북정책이나 남북관계에 있어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등 전방위로 향하고 있다. 이 후보에게 친문 세력을 안고 가면서도 차별화를 성공시키는 정치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윤석열 “다 함께 간다”… 김종인 극복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선대위 구성 과정에서 불거진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과의 힘겨루기가 오히려 장악력을 높여준 측면이 있다. 윤 후보는 정치 입문 단계에서부터 조언을 받아온 김 전 위원장을 일찌감치 총괄선대위원장으로 ‘모시기로’ 결심하고 기정사실화했다. 김 전 위원장은 큰 선거를 책임지고 치러본 경험이 많은 데다, 중도 외연 확장을 위해서도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었다. 정치 경력이 부족하고 위기돌파 능력이 입증되지 않은 윤 후보 입장에서는 김 전 위원장의 역할이 절실했다고 할 수 있다. 김 전 위원장의 ‘원톱’은 당연시됐고, 김 전 위원장 본인도 선대위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요구했다.

하지만 윤 후보는 한 사람에게 모든 권한을 떠맡길 생각이 없었고, 이때부터 김 전 위원장과 신경전을 벌였다. 김 전 위원장 입장에서는 ‘정치 초보’에게 불의의 일격을 당한 셈이다. 이준석 대표까지 나서서 김 전 위원장을 ‘무조건’ 모셔와야 한다고 압박했으나 윤 후보는 힘겨루기에서 밀리지 않았고, ‘김종인 독주’를 끝내 허용하지 않는 뚝심을 보여줌으로써 당을 사실상 장악해나가고 있다.

윤 후보는 자신의 ‘죽마고우’인 권성동 의원을 핵심 요직인 사무총장으로 발탁한 데 이어, 지난 21일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 김한길 새시대준비위원장의 ‘3김 선대위’ 구성을 발표했다. 이에 김 전 위원장이 불만을 표시하면서 불참 의사를 전달해오자 그를 제외한 명단을 이튿날 최고위원회에 상정해 추인을 받아버렸다. 이어 25일에는 6명의 총괄본부장과 대변인 인선안을 발표하는 등 선대위를 ‘개문발차’시켰다.

윤 후보는 27일 “원톱이니 투톱이니 하는 자체가 민주적인 선거방식과 맞지 않다”고 말했다. 전권을 행사하는 ‘김종인식 리더십’을 수용할 수 없다는 점을 재확인한 셈이다. 김 전 위원장에게 더 이상의 양보는 없다는 선언을 한 셈인데, 그러면서도 결별을 선언하지는 않았다. 중도 외연 확장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점을 확인하면서도 총괄선대위원장직을 비워두는 모양새를 갖춤으로써 김 전 위원장의 합류 여지를 남기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윤 후보는 끝내 주도권을 놓지 않았고, 휘둘리지 않는 리더십도 확인시켰다. 윤 후보의 한 측근은 “‘다 함께 간다’는 것이 후보의 신념이었고, 측근들에 대한 신뢰는 윤 후보의 자산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20여 일을 허송세월하는 등 ‘정치력의 한계’를 드러낸 것도 사실이다. 윤 후보는 반문(反文·반문재인)연대와 정권 심판의 틀을 뛰어넘고, 차별화된 공약과 비전 제시라는 새로운 정치력을 확인시켜야 하는 시험대에 올랐다. 선임기자 thrkk@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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