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靑 “당선인 측 의견 들어 내정자 발표”
- 장제원 “일방 통보에 맘대로 하라 해
- 감사위원 임명 강행 명분용 아닌가”
- 대치 장기화에 양측 만남 불투명해져
23일 문재인 대통령이 단행한 한국은행 총재 인사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의 갈등에 새로운 뇌관이 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새 한국은행 총재 후보로 이창용(사진)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담당 국장을 지명했다고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이 후보자는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금융위 부위원장, 아시아개발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거친 경제금융 전문가다. 박 수석은 “국내·국제 경제 및 금융통화 이론과 정책 실무를 겸비했고 주변으로부터 신망이 두텁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이번 인선 과정과 관련해 “한국은행 총재직의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의 의견을 들어 내정자를 발표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자 윤 당선인 측은 즉각 대변인실 공지를 통해 “한은 총재 인사와 관련해 청와대와 협의하거나 추천한 바 없다”며 발표 내용을 반박하고 나섰다. 윤 당선인 측 장제원 비서실장도 이날 취재진과 만나 “비토고 아니고 얘기하기 전에 협의를 거쳐서 추천 절차를 밟은 것은 아니다”고 불쾌감을 내비쳤다. 장 실장은 ‘이철희 정무수석과 통화했느냐’는 질문에 “(인선)발표하기 한 10분 전에 전화가 와서 발표하겠다고 해서 (제가) ‘아니 무슨 소리냐’며 웃었다”며 “일방적으로 발표하려 해서 ‘마음대로 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 실장은 “(청와대가 협의했다고) 이야기를 하는 의도가 뭐냐”며 “감사원 감사위원 임명 강행을 위한 명분 쌓기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 16일 취소된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회동이 아직 열리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현 정부 임기 말 인사권 행사 관련 이견 때문이었는데 이번 한국은행 총재 임명을 놓고 상황만 더 꼬이는 형국이다. 양측이 인사권을 두고 대립했던 자리(감사원 감사위원 2석, 한국은행 총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 가운데 청와대가 그나마 이견이 적은 한국은행 총재 인사를 단행하면서 윤 당선인의 의견을 존중하는 모양새를 취해 대립각 해소의 ‘첫 단추’를 마련하려 했으나 윤 당선인 측의 강한 반발에 직면한 것이다.
신·구 권력 대치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양측 모두 책임론을 의식한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는 모양새인데 이를 고려하면 향후 대치국면 해결책 모색 역시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특히 ‘최대 난제’인 집무실 이전 문제는 전혀 풀리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양측의 만남은 더욱 쉽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