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며 진행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는 여야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린 사안임에도 썰렁한 분위기에서 시작됐다. 더불어민주당 의원 상당수가 불참해 본회의장 반쪽은 사실상 텅 비어 있어서다. 하지만 여야는 각각 상대 당의 필리버스터 시간엔 본회의장 자리를 뜨는 모습을 보이는 등 신경전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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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진행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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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오후 검수완박 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 전 필리버스터로 여론전에 나선 국민의힘은 ‘국민독박 죄인대박’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자리에 세워둔 채 착석했다.
이날 국민의힘 ‘1번 타자’는 권성동 원내대표였다. 권 원내대표가 “정권 인수 시기에 민주당이 무리수를 두는 이유는 대통령 권력으로 간신히 틀어막고 있었던 지난 5년 동안의 부정부패 실체가 국민 앞에 드러나는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라고 말하자, 민주당 의석 쪽에서 “조용히 안 해?”라는 고성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권 원내대표의 2시간가량 필리버스터가 끝난 뒤 민주당 김종민 의원이 곧바로 단상에 서 1시간15분간 검수완박 법완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이때 국민의힘 의원들은 본회의장을 우르르 이탈했다. 김 의원은 “검사의 잘 드는 칼을 적폐청산에 써먹고 가자는 것에서 비극이 시작됐다”며 “윤석열 사단과 친한 특수부 검사들이 요직을 장악하도록 우리가 허용해줬다. 인간을 믿고 초과 권력을 주면 반드시 그 칼로 남을 해치고 스스로를 해치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 두 번째 주자로 나선 김 웅 의원은 이날 필리버스터 참석자 중 최장시간인 2시간51분간 토론을 이었다. 김 의원의 토론이 시작되자 앞서 퇴장했던 국민의힘 의원들은 본회의장으로 입장했고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은 퇴장했다. 이때 박 원내대표가 “우리가 얘기하는 것 좀 듣지 그랬냐”고 말을 건네자 권 원내대표가 “안에서 다 들었다”며 신경전을 주고받기도 했다.
김 의원의 필리버스터 도중 민주당은 항의를 쏟아냈다. 김 의원은 “필리버스터 중단은 제가 결정한다. 제도 취지는 힘 있는 여당과 야당이 한 명씩 번갈아 하는 게 아니다”며 “다음번에 (민주당이) 소수당이 돼 필리버스터 하면 다 들어주겠다”고 받아쳤다.
이날 마지막 토론자는 민주당 안민석 의원이었다. 안 의원은 산회 1분 전까지 37분간 토론했다. 안 의원은 이날 ‘입법로비’ 혐의로 대법원에서 의원직 상실형을 받은 뒤 극단적인 선택을 한 고(故) 김재윤 전 의원을 거론하고는 울먹이느라 약 32초간 말을 잇지 못했다. 안 의원은 “주님, 스테파노 형제(김 전 의원)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소서”라며 “검찰이 양심이 있다면 제주도에 있는 김재윤 의원의 묘비 앞에 석고대죄해야 한다”고 했다.
여야 의원들의 필리버스터는 28일 자정에 자동 종료됐다. 민주당과 박병석 국회의장이 회기 종료일을 자정까지로 설정하는 등 ‘회기 쪼개기’에 나섰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