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강서구는 오는 6월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다. 자연스럽게 선거 출마자들의 말과 공약에 이목이 쏠린다. 더불어민주당 노기태 후보와 국민의힘 김형찬 후보는 모두 1호 공약으로 ‘도시철도 하단~녹산선 조기 준공·지하화’를 내걸었다.
구체적으로 노 후보는 명지 구간의 지하화와 조기 착공, 김 후보는 ‘저심도 지하철’을 통한 지하화와 조기 준공을 선언했다. 현재 이 사업은 총 11개 역사 중 1곳을 제외하고는 모두 지상 경전철로 계획됐다. 두 후보는 이 사업의 기본계획수립평가가 끝나는 대로 공법을 지하화로 변경해 실시설계를 받도록 해 2029년까지 사업을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이다.
두 사람의 공약은 실현 가능할까. 국제신문은 두 후보의 공약을 팩트체크에 통상적으로 활용되는 6단계 척도(전혀 사실 아님·대체로 사실 아님·절반의 사실·대체로 사실·사실·판단 유보)를 활용해 두 사람의 핵심 공약을 평가했다.
●①‘2029년 조기 완공’→대체로 사실 아님
조기 준공을 공약한 두 후보는 모두 2029년을 준공·개통 연도로 잡고 있다. 그런데 애초 이 사업을 추진하는 부산시가 설정한 준공 목표 연도가 2029년이다. 두 후보의 노력 여부와 무관하게 시는 별다른 차질이 없는 한 2029년까지 하단~녹산선 사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결국 두 후보는 ‘정상 추진’을 약속한 셈이다.
●②‘타당성 평가 이후 지하화 논의로 전환 가능’→사실
이 사업은 지난해 3월 기획재정부의 타당성평가 및 기본계획수립평가가 시작돼 오는 7월 결과가 나올 전망이다. 평가에서 대략적인 사업비와 비용 대비 편익(B/C) 등이 산출되면, 이를 기반으로 실시설계용역에 들어간다. 이때 실시설계용역은 기본계획수립 때와 다른 공법을 적용하거나 비용을 절감하는 방안을 추가해 그 적정성을 검토할 수 있다. 시 역시 교량을 세우는 지금의 공법 이외의 방안에 대해서도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③‘저심도 지하철로 비용 절감·공기 단축’→절반의 사실
저심도 지하철은 10~20m씩 땅을 파는 기존의 도시철도 공법의 대안이다. 5~10m만 파 따로 대합실 없이 승강장 바로 옆에 철로를 설치하는 방식이다. 파내야 하는 땅 규모가 줄어들기 때문에 토목 비용이 적게 들고 공사 기간도 짧아진다. 문제는 상수도관이나 통신망 같은 지하에 깔린 지장물이다. 이를 다른 장소로 옮기려면 엄청난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일례로 도시철도 2호선 사업을 진행 중인 광주시는 국내 처음으로 저심도 지하철 공법을 도입했다. 애초 2조1761억 원이던 사업비는 지장물 이전 비용과 물가 상승 등이 겹쳐 크게 폭등했다. 광주시는 지난해 기재부에 무려 9300억 원을 증액(3조1414억 원)해 달라고 요청했다. 상황이 이런 탓에 일부 구간은 저심도 지하철을 포기하기도 했다.
●④‘지하화와 조기 준공을 동시에’→대체로 사실 아님
두 후보는 모두 지하화와 사업 조기 완료를 동시에 약속했다. 도시철도가 지하화로 추진되면 준공 시기는 늦춰질 수밖에 없다. 실시설계 때 추산된 비용이 기본설계에서 도출된 비용의 15%를 넘으면 타당성 재조사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지하철은 지상철보다 훨씬 비싸다. 부산교통공사에 따르면 공사가 부산지역에 설치한 도시철도의 1㎞당 토목 비용은 어림잡아 지하철이 800억 원, 지상철이 500억 원이다. 하단~녹산선의 지상 구간 약 8.6㎞를 모두 지하화한다고 가정하면, 토목 비용만 2000억 원 넘게 늘어난다. 현재 계획된 사업비 1조649억 원의 15%는 1597억 원이다. 타당성 조사에 통상 1년 가량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지하화에 따른 준공 연기는 불가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