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의 순방 중 막말 논란과 관련해 야당의 비판 공세가 거세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외교 라인 경질까지 요구하자 국민의힘은 파문 확산을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野 ‘정부 거짓말’ 공세…“우리가 새끼들이냐”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23일 국회 최고위원회에서 윤 대통령의 막말 논란과 관련해 “참 할 말이 없다. 뭐라고 말씀을 드리겠느냐”며 “국민들은 망신살이고 엄청난 굴욕감, 그리고 자존감의 훼손을 느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전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주최한 ‘글로벌펀드 재정공약회의’에 참석한 뒤 회의장을 나오면서 박진 외교부 장관 등에게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이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말하는 듯한 장면이 현장 취재진 카메라에 포착됐다. 대통령실 김은혜 홍보수석은 뒤늦게 “다시 한번 들어봐 달라. ‘국회에서 승인 안 해주고 날리면’이라고 돼 있다”고 해명했다. ‘미국 의회가 아닌 우리 국회를 뜻하는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는 “그렇다. 미국 의회가 아니니까”라고 답했다.
하지만 야당 측은 이 역시 거짓말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대표는 “제 경험으로는 길을 잘못 들면 되돌아 나오는 것이 가장 빠른 해결책이다. 또 다른 길을 찾아서 헤매본들 거짓이 거짓을 낳고 실수가 실수를 낳는 게 반복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어 “한·미간 전기차 수출 보조금 문제를 놓고 이견이 있고, 대한민국이 차별 대우를 받는 현실을 해결해달라는 기대의 말씀을 (윤 대통령에게) 드렸는데, 어떤 성과를 냈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국민들을 속이는 일을 하면 안 된다”며 “국민들을 존중하고 국민들을 두려워해야한다. 그 말씀 다시 한 번 드린다”고 강조했다.
정부 외교 라인과 대통령실 홍보수석 경질 요구까지 제기됐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은 이번 외교 참사와 거짓말로 국민을 기만하고 국제적 망신을 자초한 것에 대해 국민께 직접 사과해야 한다. 그리고 외교라인과 김은혜 홍보수석을 경질해야한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어 “이 사건은 누구의 전언이 아닌 수많은 기자들이 촬영, 목격하고 국민도 대통령 입에서 나온 욕설을 영상으로 직접 목도하고 판단한 것”이라며 “거짓말은 막말 참사보다 더 나쁜,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민주당 의원들에게 화살을 돌려보자는 저급한 발상도 낯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 없다. 윤 대통령에게 이 또한 묻지 않을 수 없다. 민주당 169명 의원이 정녕 ‘새끼들’입니까”라고 물었다.
●與 원내대표, 尹에 ‘유감’ 표명…野엔 “침소봉대”
여당인 국민의힘 지도부는 윤 대통령이 미국 의회와 미 대통령을 거론하지 않았다며 파문의 확산을 막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23일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문제가 된 대통령 발언) 동영상을 여러 차례 봤는데 딱히 그렇게(바이든 대통령을 거론하는 것으로) 들리지 않았다”며 “대통령실 해명을 믿을 수밖에 없지 않겠나. 우리가 현장에 있는 사람이 아니니까”라고 답했다.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주호영 원내대표는 “민주당에 간곡히 부탁드린다. 정권은 바뀌는 것이고 대한민국은 영원한 것”이라며 “대통령 외교활동 중에는 서로 응원하고 격려하는 풍토를 만들어가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민주당이 연일 윤 대통령의 순방을 깎아내리기에 올인하고 있다. 당력을 집중해 외교활동을 폄훼하는 일은 정당사에 없는 일”이라고 날을 세웠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이역만리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해 치열한 외교전을 펼치고 있는 대통령을 향해 야당은 성과를 말하기도 전에 외교 공식 석상도 아닌, 이동 중 대통령의 혼잣말을 침소봉대해 외교적으로 연결하려 한다”며 “한미혈맹마저 이간하려는 것이 지금 야당의 현실”이라고 밝혔다. 권성동 의원은 페이스북에 “민주당은 대통령을 비판하기 이전에 자신부터 돌아봐야 한다. 근본없는 자해 외교의 진정한 빌런이 바로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 아니었나”라고 쏘아붙였다.
이번 일을 보도한 언론을 향한 비난 공세도 나왔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박성중 의원은 일부 방송사 이름을 거론한 뒤 “공영방송사들이 조문외교와 정상외교를 펼친 대한민국 대통령에게 응원을 못할 망정 사소한 트집으로 전체 외교성과를 부정하며 흑색선전 펼치기에 앞장서고 있어 경악할 지경”이라고 주장했다. 정미경 전 최고위원도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통령의 실수이고, 어떻게 보면 사적으로 참모들과 혼잣말 또는 가볍게 얘기한 건데 그게 카메라에 잡혔을 것”이라며 “국익을 생각했을 때 좀 더 높은 차원에서 방송에서 이것을 공식적으로 트는 게 맞는가”라고 말했다.
반면, 당 일각에서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왔다. 주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 뒤 “대통령실 설명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언급한 국회는 미국 의회가 아니라 한국 국회라고 하는데 여당 원내대표로서 입장이 뭔냐”는 취재진 질문에 “만약에 그 용어가 우리 국회를, 우리 야당을 의미하는 것이라 하더라도 많이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당내 한 초선 의원은 “대통령실이 녹취 내용부터 덧칠하지 않고 정리한 뒤 대통령의 유감이나 사과로 풀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 중진 의원은 “(대통령 발언의) 파장이 오래갈 것 같다”며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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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22일(현지시간) 캐나다 토론토 한 호텔에서 열린 동포 만찬간담회에서 국기에 경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