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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장 권한 집중 획일적 구조…행정전문관 등 대안 고민

주민이 직접 설계하는 지방자치단체 구성 <상> 주민자치 새로운 실험

  • 정유선 기자 freesun@kookje.co.kr
  •  |   입력 : 2022-09-28 19:39:28
  •  |   본지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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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관분리형’ 현재 지방자치단체
- 의결·집행기능 각 기관에 부여
- 상호 견제·균형 통해 임무 수행

- 정치에 지나친 정당 논리 개입
- 다른 진영 간 충돌 폐해 빈번
- 인구편차 등 행정여건 다변화

- 정부, 지자체별 특별법 검토중
- 주민 수요 맞춘 구성 고민해야

2004년 가을 미국 샌디에이고시는 늘어나는 연금 적자와 직원들에 대한 과도한 퇴직금 지불 등으로 연방정부의 조사를 받았고, 상당수 관련 공무원이 회계 부정과 부패혐의로 FBI수사를 받았다. 시 정부에 대한 시민의 신뢰는 크게 추락했다. 기존 시 정부에 대한 시민의 불만이 커지자 2011년 총선 투표에 지방정부 구성 변경안이 발의돼 통과됐다. 이로써 샌디에이고 시는 의회-책임행정관 형태에서 시장-의회 형태의 지방정부로 거버넌스 체계가 변경됐다. 미국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주민이 직접 선출한 단체장과 지방의회로 구성되는 지방자치단체 구조가 30여 년간 고착화했다. 하지만 이 기간 지역의 경제 문화 사회 인구 등에는 커다란 변화가 일어났다. 급변하는 지역 상황에 맞게 지자체 구성 방식의 다양성 확보를 논의해야 한다는 여론도 커진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해 11월 16일 시의회 본회의에 참석해 더불어민주당 김경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당시 국민의힘 소속 오 시장과 민주당이 장악한 시의회의 잦은 충돌은 단체장과 의회가 상호 독립된 ‘기관 분리형’ 구조의 단점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연합뉴스
지난해 지방자치법 전면 개정으로 지방자치단체의 기관구성 방식을 다양화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마련됐다. 주민 직선 단체장과 지방의회라는 천편일률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주민이 직접 지자체 기관 구성 방식을 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의 ‘구성 자치권(structural autonomy)’을 확보하게 된 의미가 있다. 기관구성 다양화는 지난 7월 말 발표된 윤석열 정부 120대 국정과제에도 포함된 만큼 논의를 본격화할 시점이다.

2021년 1월 개정된 뒤 올해 1월 13일 시행된 ‘지방자치법’ 제4조 1항에는 지방자치단체의 의회와 집행기관에 관한 이 법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따로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장의 선임 방법을 포함한 지방자치단체의 기관 구성 형태를 달리 할 수 있다는 특례 조항이 들어갔다. 2항은 제1항에 따라 지방의회와 집행기관의 구성을 달리하려면 ‘주민투표법’에 따른 주민투표를 거쳐야 한다고 규정했다. 실제로 적용되면 지방정치와 행정체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시민의 삶과 우리 사회에 큰 변혁을 가져올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의 기관구성 형태는 ‘기관 분리형’이다. 의결(지방의회)기능과 집행(자치단체장)기능을 상호 독립된 별개의 기관에 부여하는 형태란 뜻이다. 지방의회와 집행 기관을 각각 두고, 주민이 지방의회 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을 선거로 선출하고 있다. 집행부와 의결기관이 상호 견제와 균형을 통해 임무를 수행하도록 한 취지지만, 실제로는 단체장에 권한이 집중된 ‘강(强) 시장-약(弱) 의회형’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인구규모 재정상황 등 지역별 여건에 따라 자치단체 기관 구성 형태를 주민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지방자치의 다양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수도권 집중과 농촌인구 급감 등 자치단체 간 인구편차가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초단체와 광역단체 간 또는 기초단체 간에도 도시형과 농촌형이냐 따라 경제규모와 인구, 노동력과 재정력에 상당한 차이가 발생하고 각 지자체별 행정여건이 다변화하면서 기관구성 다양화에 대한 필요성은 더욱 커진 상황이다. 인구 1만 명이 안 되는 울릉군과 인구 120만에 가까운 수원시가 똑같은 지자체 구성을 가질 필요가 있느냐는 문제제기다.

지난해 서울시 사례는 단체장과 의회가 상호 독립된 ‘기관 분리형’ 구조의 단점을 명확히 보여준다. 2021년 9월 3일 서울시의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소속 오세훈 서울시장은 시정질문을 하던 더불어민주당 이경선 의원과 설전을 벌이다 답변 기회를 얻지 못하자 항의하며 본회의장을 퇴장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후 민주당은 서울시장 등이 의회에서 허가 없이 발언할 때 중지·퇴장시킬 수 있도록 한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당시 서울시의원 110명 중 100명이 민주당 소속이었고, 오 시장과 시의회는 산하기관장 인선과 예산안 등을 놓고 사사건건 충돌하며 불편한 관계를 지속했다. 지방행정에 지나치게 정치 논리, 정당 논리가 개입되고 단체장과 의회가 속한 정당이 다르면 양측 간 충돌에 따른 폐해는 다른 지자체에서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이에 단체장 직선제를 보완하는 CEO형 행정전문관 도입 등 다양한 형태의 대안도 거론된다.

행정안전부는 국내에서 도입 가능한 기관구성형태 다양화 방안에 대해 지자체 의견을 수렴하고 특별법 마련을 검토 중이다. 각 지자체마다 주민의 입장에서 지역의 특성과 수요에 맞는 방안이 무엇인지를 연구하고 논의하는 작업이 필요해 보인다. 민주성과 효율성(생산성), 그리고 견제와 균형의 관점에서 최선의 방안을 찾아가는 실험을 시작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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