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수행 긍정평가가 하락세라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가운데 여야의 전선이 ‘비속어 논란’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까지 확대되는 모양새다. 감사원이 문 전 대통령에게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서면 조사를 통보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야권은 윤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과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의혹을 국정감사에서 부각한다는 전략이어서 충돌이 거셀 전망이다.
 |
| 2일 오전 국회 국정감사 종합상황실. 연합뉴스
|
●대통령실 이전비용 등 쟁점화 시도
대통령실을 피감기관으로 둔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양보 없는 일전이 예상된다. 이미 여야는 지난달 30일 운영위 회의에 대통령실 출석 요구를 둘러싸고 충돌을 빚은 바 있다. 민주당은 이미 지난달 30일 대통령실 이전 최소 비용이 1조794억8700만 원이 될 것이라고 추산하며 공세 포문을 열었다.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지인으로 알려진 건진법사의 이권 개입 의혹도 민주당의 공세 포인트가 될 예정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이전 비용 뻥튀기’를 하고 있다고 반박하면서 정면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사법리스크’ 공방전을 주고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미 여야는 법사위 국정감사 증인으로 이 대표의 부인 김혜경 씨와 김건희 여사를 주장하며 공세의 신호탄을 쏜 바 있다. 민주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증인으로 김 여사와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을 증인으로 요구했다. 건진법사도 증인으로 신청했다.
감사원의 문 전 대통령 서면 조사 문제를 놓고도 여야가 강하게 충돌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한 당연한 조치라고 강조한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권의 ‘정치 보복’ 감사라는 점을 각각 집중적으로 부각하며 맞붙을 전망이다. 앞서 감사원은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해 지난달 말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서면 조사를 통보했다. 감사원은 조사 내용을 담은 질문지도 문 전 대통령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문 전 대통령 측은 이메일을 반송 처리했고 감사원의 조사 통보에 강한 불쾌감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
|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건군 ‘제74주년 국군의 날’기념행사 후에 진행된 경축연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
●“국익 지킬 것” “결자해지 해야”
윤 대통령 외교성과와 비속어 논란을 둘러싼 여야 갈등은 갈수록 확산세다. 대통령실은 휴일인 지난 2일 윤 대통령의 해외순방 성과에 대해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문제 해결을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진행 중이라는 점을 부각했다. 김은혜 홍보수석은 이날 서면 브리핑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뉴욕에서 공감한 윤 대통령의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정신에 부합하는 양국관계’를 고려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다시 확인한 ‘창의적 해법’에 대해서도 양국 간 협의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김 수석은 아울러 한미 통화스와프를 포함하는 ‘유동성 공급’에 대해선 “지난 5월 한미정상회담, 7월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 예방, 9월 바이든 대통령과의 만남을 통해 양국이 공감을 이루고 있다”고 언급했다. 또 “우리에게 외교란 도약이냐 도태냐를 결정하는, 담장 위를 걷는 일로, 대한민국의 장래를 위해 국민과 국익을 지켜갈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는 외교 일정을 마친 이제 다시 민생에 집중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민주당은 ‘순방 외교 참사’ 논란을 부각하며 공세를 강화했다. 민주당 ‘윤석열정권 외교참사·거짓말대책위원회’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워터게이트 사건의 닉슨 대통령은 ‘나는 사기꾼이 아니다’라며 변명으로 일관하다 국민들에게 사과할 수 있는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다”며 “역사를 거울삼아 윤 대통령과 여당은 타이밍을 놓치지 말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수진 원내대변인도 서면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일말의 책임감이라도 느낀다면 대통령 사과와 외교라인 교체로 결자해지하고 경제 위기 극복에 나서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전날 윤석열 대통령이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거수경례를 마친 뒤 ‘열중쉬어’를 말하지 않은 것도 문제 삼았다. 오영환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이 장병들의 경례를 받은 뒤 바로 연설을 이어가려고 하자 당황한 현장 지휘관이 대신 작은 목소리로 ‘부대 열중쉬어’를 했다. 대통령은 초보 대통령의 무지와 무능을 언제쯤 개선할 것인지 답하라”고 지적했다.
●리얼미터 “지지율 30%선 위협”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지난달 26∼30일 전국 성인 2522명을 상대로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2.0%포인트)한 결과 윤 대통령이 국정수행을 잘 하고 있다는 긍정평가는 31.2%로 부정평가 66%보다 낮았다.
한 주 전과 비교해 긍정 평가는 3.4%포인트 하락(34.6%→31.2%)한 반면 부정 평가는 3.8%포인트 상승(62.2%→66%)했다.
리얼미터 측은 “리얼미터 기준으로 긍정평가는 8월 2주차(30.4%) 이래 가장 낮은 수치이자 최저점이었던 8월 1주 차의 29.3%에 근접했다”면서 “대통령의 비속어 사용 논란과 강경 대응으로 정국이 급랭해 지지율이 30% 선을 위협했다”고 분석했다.
부정평가는 보수 텃밭인 대구·경북(8.1%포인트↑)은 물론 부산·울산·경남(3.5%포인트↑) 인천·경기(5.8%포인트↑)에서도 높아졌다. 이번 조사는 무선 97%·유선 3% 자동응답 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앞서 한국갤럽이 지난달 27~29일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오차범위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에서는 윤 대통령이 직무수행을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24%였다. 갤럽 조사에서 윤 대통령 직무 긍정률이 24%를 기록한 것은 8월 첫째 주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로, 취임 후 최저치에 해당한다.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 65%로 집계됐다.
한 주 전 조사 대비 긍정 평가는 4%포인트 하락(28%→24%)한 반면 부정평가는 4%포인트 상승(61%→65%)했다. 갤럽 역시 긍정평가 하락 원인에 대해 “외교·비속어 발언 파문 관련 언급이 두드러졌다”고 분석했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