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이하 공사) 기획본부장이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고 김문기 공사 개발1처장을 모른다고 한 데 실망해 검찰 진술 태도를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민주당은 유 전 본부장이 자신의 형량을 덜기 위해 김 부원장과 관련해 거짓 진술을 한 것이라고 의심한다.

유 전 본부장은 지난 21일 국내 언론과 인터뷰에서 “내가 지은 죗값은 받겟다. 같이 지은 죄는 같이 벌 받을 것이고 그 사람들이 지은 죄는 그 사람들이 벌 받을 것이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유 전 본부장은 이날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사건 공판을 받았다. 유 전 본부장은 대장동 개발사업 과정에서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와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 민간사업자에게 특혜를 몰아주고 공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으로 지난해 11월 기소됐다. 유 전 본부장은 지난해 4~8월 대선 경선 과정에서 이재명 대표 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에게 남욱 변호사가 마련한 8억4700만 원을 전달했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이를 계기로 김 부원장은 22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의리를 지키겠다며 입을 다물었던 유 전 본부장이 갑자기 태도를 바꾼 것은 이 대표가 고 김문기 공사 개발1처장을 모른다고 발언하자 크게 실망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김 전 처장은 대장동 사업의 주무 부서장이었는데, 지난해 12월21일 공사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김 전 처장은 민간사업자들이 이익을 거둘 수 있도록 유 전 본부장과 대장동 사업협약서에서 초과 이익환수 조항을 삭제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었다.

이 대표는 작년 12월 22일 방송 인터뷰 등에서 김 전 처장에 대해 “하위 직원이라 시장 재직 때는 알지 못했다”고 했다. 하지만 검찰은 이 대표가 변호사 시절부터 김 전 처장과 인연을 맺은 것으로 파악했다고 한다. 이 대표가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 시절 10차례에 걸쳐 김 전 처장에게 보고받거나 회의를 함께한 사실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두 사람은 2015년 1월 9박 11일 일정으로 호주·뉴질랜드 해외 출장도 다녀왔는데 골프 등 비공식 일정을 함께한 밀접한 관계였다고 검찰은 밝혔다. 이 대표는 김 전 처장을 모른다고 한 발언으로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됐다.

유 전 본부장은 언론에 “이 세계에는 의리 그런 게 없더라. 제가 지금까지 착각하고 살았던 것 같다”며 “다 진실로 가게 돼 있다. 양파가 아무리 껍질이 많아도 까다 보면 속이 나오지 않느냐”고 말했다고 한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유 전 본부장이 10여년간 가깝게 지낸 이 대표 등의 여러 의혹과 관련한 내용을 추가로 폭로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장동 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 중 한 명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