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전날 경찰을 집중 질타하고 즉각적인 문책 인사에 선을 그으면서 야당은 물론 여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윤 대통령이 전날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에서 “왜 4시간 동안 쳐다만 보고 있었느냐”며 경찰을 강하게 질타한 만큼 수사와 감찰 결과에 따라 경찰 지휘라인에 대한 대규모 문책이 예상된다. 그러나 “그냥 막연하게 다 책임져라, 그것은 현대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얘기”라며 소위 ‘정치적 책임’에 대해선 선을 그으면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해선 일단 유임 분위기가 감지된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8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사의를 표명한 내각 구성원이나 대통령실 참모진은 없다고 밝혔다. 이상민 장관에게 재신임 약속을 했느냐는 야당 의원의 질문엔 “그런 약속 안했다”면서도 “그분들 물러난다고 해서 당장 급한 게 아니잖아요. 당장 급한 것은 이 참사의 원인, 누가 얼마나 책임을 져야 하는지, 그거부터 정하고 문단해야 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8일 오전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열린 대통령비서실·국가안보실·대통령 경호처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상민 장관의 즉각적인 경질을 주장해온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논평을 내고 “윤 대통령이 경찰을 희생양 삼아 본인의 책임을 회피하고 최측근 이상민 장관 등 책임자에 대한 경질도 거부하겠다는 뜻”이라며 비판했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정책조정회의에서 “상황을 모면하고 책임을 회피하는 데 급급한 후안무치한 정권을 일찍이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검찰 출신 대통령으로서 형사적 책임만 묻고 정치적 책임에는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은 국민 상식에 명백히 반하는 일”이라며 “대통령이 격식을 갖춰 국민께 사과하고, 총체적 무능을 보여준 총리를 경질하고 (행안)장관과 경찰청장을 즉각 파면할 것을 거듭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박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다수 국민이 참사의 가장 큰 책임자로 생각하는 주무 부처 장관을 놔둔 채 한 놈만 팬다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경찰에게만 책임을 묻는 게 맞느냐”고 반문하며 이 장관의 파면을 거듭 촉구했다.

국민의힘 소속 홍준표 대구시장은 전날 페이스북에 “정치 책임은 사법 책임과는 달리 행위 책임이 아니기 때문에 진상규명과 상관없이 신속히 이뤄져야 한다”면서 “수습 명목으로 문책이 늦어지면 야당의 표적이 돼 누더기가 되고, 국회는 야당 독무대가 되면서 정부도 흔들리게 된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