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예산안의 정기국회 처리가 무산되면서 여야가 12월 임시국회 첫날인 10일 막판 협상을 이어 간다. 국민의힘 주호영·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예산안 관련 여야 간 입장 차이를 조율한다.
두 원내대표는 전날 밤 늦게까지 협상을 계속했지만 주요 쟁점 예산과 예산부수법안을 놓고 합의하지 못해 결국 내년 예산안은 정기 국회 회기를 넘겼다.
여야는 내년도 주요 예산의 증·감액을 비롯해 법인세·종합부동산세(종부세)·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등 예산부수법안의 주요 내용을 두고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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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일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여야정이 모여 내년도 예산안 처리에 관해 협상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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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세율 인하 놓고 격돌…5억 미만 법인 세율 인하는 합의
특히 예산부수법안 가운데 법인세율 인하 문제가 막판 최대 걸림돌로 등장하며 협상 물꼬를 틀어막았다. 정부와 여당은 이번 세법 개정을 통해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행 25%에서 22%로 인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우리나라 법인세 최고세율은 25%로, 지방세를 포함하면 최고세율은 27.5%에 이른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법인세 비중이 7위, 반도체 분야 주요 경쟁국인 대만(법인세 최고세율 20%) 등과 비교하면 경쟁력이 크게 떨어진다는 게 정부여당의 주장이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인하한 법인세를 문재인 정부 시절 3% 인상, 이번 정부에서 이를 ‘원상복귀’하겠다는 것이다.
반면 민주당은 법인세 최고세율 감면 혜택이 연간 영업이익 3000억 원 이상 법인을 대상으로 하는 ‘초부자기업 맞춤형’ 특혜라고 비판한다. ‘부자기업 감세’로 세수가 줄면 그 피해가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논리다. 특히 다른 나라에서 ‘횡재세’ 등 추가 증세를 하는 상황에서 국내에서 세금을 깎는 것은 국제사회 추세와도 역행한다는 것이다.
다만 여야는 영업이익 5억 원 미만 법인에 대한 세율을 기존 20%에서 10%로 낮추는 데는 이견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프레임 다툼 치열…“법인세 경쟁력 저하”VS“초부자감세”
전날 협상이 결렬된 뒤에도 여야는 치열하게 ‘프레임’ 경쟁을 벌였다. 주 원내대표는 “우리나라 법인세율이 높아서 해외로부터의 국내 투자가 매년 줄고 있고 국내 자본의 해외투자가 엄청나게 늘어 나는 현상을 겪고 있어서 이를 시정하기 위해 반드시 법인세 인하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법인세는 김대중 정권, 노무현 정권에서도 인하가 됐지만, 문재인 정권 때인 2018년에 무려 3%나 올려서 이런 일이 생겼다. 법인세를 높이 유지하는 게 민주당의 정체성이라면 무엇 때문에 김대중·노무현 정권에서는 낮췄나”라며 “알 수 없는 낡은 이념, 부자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주 원내대표는 “법인세가 인하된다고 해서 부자가 혜택 받는 게 아니다. 중소·중견기업이 대기업보다 혜택을 더 많이 받는다. 혜택 받는 사람은 주주와 협력업체”라며 “민주당은 낡은 이념에 사로잡혀서 5년간 경제정책의 실패가 어디에서 왔는지 모르는 듯하다”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어 “일자리를 만들어서 경제를 활성화하고자 하는 윤석열 정부의 경제 정책을 민주당이 의석의 힘으로 동의하지 않아서 되지 않고 있다”면서 “높은 법인세 부담이 ‘초부자감세’라는 낡은 프레이밍에서 빨리 빠져나와서 검증된 법인세 인하가 투자를 유치하고 우리 경제를 살리는 데 동의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반면,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1%포인트도 내릴 수 없느냐’는 질문에 “대한민국 법인세는 OECD 10위쯤 되고, 실효세율은 17%가량 된다. 외국인 투자와 관련한 논리가 ‘외국 투자가 대만으로 가지 않고, 한국으로 오도록 경쟁력을 보여주겠다’는 건데 기업투자란 건 세금으로만 결정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정부 여당의 ‘법인세 경쟁력 저하’ 논리에 반대 입장을 편 것이다.
박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대선 때 법인세 감세 공약을 내걸었으니 야당이 협조해줘야 하지 않겠느냐고 한다”며 “영업이익이 5억 원 이하인 기업들의 법인세율을 20%에서 10%로 낮추는 건 동의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것뿐 아니라 1년에 3000억 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내는 100개도 안 되는 기업을 위해 법인세를 3%포인트 낮추지 않으면 의미 없다고 하는 게 정부·여당의 온당한 태도와 인식이냐”고 반문했다.
같은당 김성환 정책위의장도 “다른나라들은 그들로부터 횡재세를 걷겠다고 하는데 대한민국은 그 법인의 세금을 깎아주지 못해 안달”이라며 “이들이 내는 법인세 세수가 전체의 절반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김 정책위의장은 또 “정부는 3000억 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내는 0.01%의 법인세를 낮추지 않으면 5억 원 미만의 영업이익을 내는 법인의 세율을 낮추는 건 처음부터 없었던 일로 하자고 한다”면서 5억 원 미만 법인들의 세율 감면은 구색 맞추기용이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