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 사법리스크와 겹악재 당혹
- 비명계 세 과시하며 책임론 분출
- 李 “강압수사 때문” 사퇴론 일축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이 검찰 수사를 받던 중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건이 이어지면서 이 대표를 향한 거취 압박이 다시 거세지고 있다. 당내에서는 비명(비이재명)계 중심으로 ‘이 대표가 책임져야 한다’며 사퇴론이 공개적으로 나오고 있다. 반면 이 대표는 이번 사건의 책임을 검찰 수사로 돌리며 사퇴 요구를 일축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11일 오후 서울시청 광장 동쪽에서 열린 ‘강제동원 굴욕해법 무효 촉구 2차 범국민대회’에서 단상에 올라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 내 ‘쓴소리’로 유명한 김해영 전 의원은 12일 페이스북에 “이재명 대표와 같은 인물이 민주당의 당 대표라는 사실에 당원으로서 한없는 부끄러움과 참담함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어 “한 사람의 생명이 전 지구보다 무겁다는 말이 있다”며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도 당이 이재명 방탄을 이어간다면 민주당은 그 명(命)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 9일 숨진 채 발견된 이 대표의 경기지사 시절 초대 비서실장을 지낸 전모 씨를 언급한 것이다.

전 씨는 유서에서 “(이 대표가) 이제 정치를 내려놓으시라. 더 이상 희생은 없어야 한다”고 쓴 것으로 알려지면서 당내 일각에서는 이 대표의 사퇴 등 책임론이 제기됐다. 이 대표 주변 인물 중 유명을 달리한 다섯 번째 사례기 때문이다.

이낙연계인 윤영찬 의원도 지난 10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표와 관련한 일로 수사를 받거나 고발인이 된 상황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어 고인이 되신 분이 네 분이다. 누군가의 사랑하는 아버지고 남편이며 동료였던 이들”이라며 “단 하나밖에 없는 목숨을 버리고, 삶의 이유인 가족을 떠나야 할 만큼, 그 분들을 고통에 빠뜨렸던 원인이 대체 무엇이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이 대표가 말한 대로 검찰의 무리한 수사 때문이라면 속히 밝혀야겠다”며 “그러나 이 대표 자신이나 주변에서 고인에게 부담을 주는 일이 있었다면, 이 대표가 책임을 져야 한다. 십년 넘게 자신을 위해 일했던 사람이다. 도의적인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 그게 인간이고 그게 사람”이라고 말했다.

비명계 김종민 의원도 같은 날 ‘JTBC 뉴스룸’ 인터뷰에서 “이 대표가 죄가 있다고 단정하는 건 아니다”면서도 “민주당 또는 이 대표가 문제를 다루는 태도에서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민주당과 이 대표의 자세와 태도 등에 대한 국민의 따가운 시선들을 생각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비명계는 세 과시를 통해 이 대표의 사퇴를 거듭 압박할 모양새다. 당내 비명계 모임인 ‘민주당의 길’은 14일 ‘대선 1년 대한민국과 민주당’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한다.

그럼에도 이 대표는 이번 사건의 원인을 검찰의 무리한 수사에 있다며 오히려 정부를 규탄하는 등 정면 돌파 의지를 다지고 있다. 비명계의 사퇴 요구를 사실상 일축한 것이다.

이 대표는 지난 10일 경기도의회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도 “검찰 특수부의 수사 대상이 된 사람들이 왜 자꾸 극단적 선택을 하겠나”며 “없는 사실을 조작하고 자꾸 증거를 만들어서 들이대니 빠져나갈 길은 없고 억울하니 결국은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되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게 검찰의 과도한 압박 수사 때문에 생긴 일이지 이재명 때문입니까”라고 반문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이 대표를 대체할 간판급 인물이 마땅찮다는 점도 당내 분란을 키우는 요인이다. 이를 두고 친명(친이재명)계와 비명계는 “그럼 누구를 간판으로 총선을 치르느냐”는 주장과 “개인에 의존해 당을 끌고 간다, 선거에 임한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라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