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회가 7일 조기 종료를 결정했다.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당의 혁신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지난 10월 26일 출범한 지 42일 만이다. 당초 혁신위 활동기한은 오는 24일까지지만, 조기 해체가 이미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반응이 나온다. 지도부가 혁신안을 거부하는 상황에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는 분석이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제12차 전체회의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김정록 기자

인요한 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회의 후 브리핑에서 “사실상 오늘 혁신위 회의로 마무리한다”며 “월요일(11일) 최고위 보고로 혁신위 활동은 종료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인 위원장은 혁신위 활동에 대해 “50% 성공했다. 나머지 50%는 당에 맡긴다”고 자평했지만, 1호 안건이었던 ‘대사면’을 제외하면 지도부가 수용한 혁신안은 대부분이 관철되지 못했다. 대사면마저도 대상자인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사실상 신당 창당을 언급하는 등 혁신안이 오히려 당내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촉매제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혁신위가 청년공천 확대, 지도부·중진·친윤석열계 의원 험지 출마·불출마를 혁신안으로 내놓았지만 지도부가 이에 대한 의결을 공천관리위원회로 넘기면서 갈등이 벌어졌다. 나아가 인 위원장이 혁신안을 실현하기 위해 공천관리위원장을 요구했지만 김기현 대표는 즉각 거절했다. 이 밖에도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의 원인으로 꼽혀 온 ‘수직적 당정관계’에 대한 언급이 없었던 점 등을 비춰봤을 때 혁신위 활동이 사실상 “성과가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혁신위도 한계를 인정했다. 정해용 혁신위원은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어려웠던 당을 (위해) 혁신위가 어느 정도 활동을 하면서 국민들 기대 속에서 시작됐는데 조금은 아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지도부의 혁신위의 제안을 수용할 것이라는 기대를 드러냈다. 그는 “결과물을 가져갈 수 있다면 좋겠지만 선거과정에서 (공천관리위원회 등 여러 절차를 통해) 녹아들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이어 “절차가 있고 과정이 있기 때문에 당 지도부도 많은 부분을 수용하겠다는 말씀을 했다”고 부연했다.

이제 김 대표가 총선기획단, 공관위 등 당내 기구를 통해서 혁신안을 얼마나 다음 총선 과정에 반영할 수 있을지가 관건인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혁신위가 출범 초부터 ‘김기현 대표 체제 유지용’이라는 평가를 받아온 만큼 혁신위 조기 해체는 김 대표 리더십에 작지 않은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 스스로 혁신안을 거부하며 혁신위를 흔들었다는 비판도 피할 수 없다. 혁신위는 오는 11일 최고위원회의에 혁신안을 최종 보고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혁신위 활동 내용을 담은 백서를 제작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