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가까이 이어진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뜨겁게 달군 키워드는 ‘읽씹(읽고도 무시했다는 의미)’ ‘배신자’ ‘연판장’ ‘사천 의혹’ ‘패스트트랙 공소 취소’ 등이다. 보수 민생 비전 등 국가의 미래와 국민의 삶을 위한 정책은 철저히 외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지난달 24일 후보자 등록 이후 약 한 달 동안 비전발표회, 5차례 권역별 합동연설회, 7차례 방송토론을 이어왔지만 정당 운영의 방향과 전략, 정책적 비전과 대안은 중심에 없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그 대신 후보 간 비난과 비방, 흑색선전과 인신공격이 난무했으며, 후반부에는 ‘1일 1건 폭로전’이 전개됐다.
전대 초반에는 한동훈 후보의 ‘읽씹’ 논란으로 설전이 오갔다. 22대 총선을 앞둔 지난 1월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자신의 ‘디올백 수수 논란’과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겠다는 문자를 한동훈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전달했지만 한 위원장이 이를 읽고도 무시했다는 주장이었다. 한 후보 측은 이미 대통령실에 김 여사의 사과를 요청한 상황에서 이와 관련해 사적으로 문자를 주고받는 것이 부적절하며, 김 여사의 문자 내용도 사과가 어렵다는 취지로 해석됐다고 해명했다.
경쟁자들은 앞다퉈 한 후보를 ‘배신자’로 몰아가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당내 일각에서도 한 후보 사퇴 촉구 기자회견을 추진하다가 ‘제2의 연판장 사태 아니냐’는 비판이 일자 취소되는 일도 있었다. 지난해 3·8 전당대회 당시 당대표 출마를 고심 중이던 나경원 후보를 주저앉힌 연판장 사태가 재연될 가능성에 대해 당 안팎에서 비판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이어 원희룡 후보 측은 한 후보를 겨냥해 총선 비례대표 사천 의혹과 우호적 여론 조성을 위한 댓글팀 운영 의혹, 김경율 회계사·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 등과의 관계와 연계한 정체성 문제 등을 계속 제기했다. 두 사람의 골이 깊어지면서 지난 15일 충청권 합동연설회에선 양측 지지자 사이에 물리적 충돌이 벌어졌고, 난투극 사태에 ‘네 탓’ 공방도 이어졌다.
지난 17일 진행된 방송토론회에서 한 후보는 법무부 장관 시절 나 후보가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충돌 사건의 공소 취소를 부탁했다고 폭로했다. 이에 친윤(친윤석열)계를 중심으로 한 후보에 대한 비판이 잇따르자 한 후보는 다음 날 “신중하지 못했던 점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공식 사과했다.
당 안팎에서는 이 같은 전대 과열 양상으로 새 지도부가 출범한 후에도 화학적 결합과 통합이 가능한지에 대한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계파정치의 불씨가 이번 전대로 되살아났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분당대회’란 우려가 끊이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