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동훈, 오전 일정 취소 후 숙고
- 오후 강화서 “국민만 보고 갈 것”
- ‘尹 설득’ ‘용산 압박’ 선택 촉각
- 민심악화 땐 특검법 표단속 우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사실상 ‘빈손 회동’으로 평가받는 윤석열 대통령과의 면담 이후 윤 대통령과의 관계를 어떻게 재정립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면담을 앞두고 측근들에게 “할 말은 다하고 돌아오겠다. 이대로 가면 다 죽는다”는 각오를 밝힌 바 있는 한 대표로서는 종전과 마찬가지로 윤 대통령 설득 노력을 이어갈 것인지, 대통령실을 향한 압박 수위를 높일 지 선택할 수밖에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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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박용철 강화군수가 22일 인천 강화풍물시장을 찾아 당선 감사인사를 하고 있다. 감사 인사 뒤 기자들과 만난 한 대표는 “오직 국민만 보고 민심을 따라서 피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김정록 기자 ilro12@kookje.co.kr |
한 대표는 22일 오후 인천 강화군수 보궐선거 당선 감사 인사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 면담과 관련해 “오직 국민만 보고 민심을 따라서 피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전날 윤 대통령에게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대통령실 인적 쇄신·대외 활동 중단·의혹 규명 협조’ 등 3대 과제와 특별감찰관 임명을 건의했으나 사실상 거절당했다. 한 대표는 면담 직후 직접 브리핑에 나서지 않으면서 성과가 없었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이날 오전 예정됐던 국회 토론회 참석 일정도 취소하는 등 숙고에 들어갔다가 면담 후 반나절만에 첫 메시지를 내면서 또다시 ‘국민’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의 거절 메시지에 대한 비판적인 입장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김 여사 문제에 대해 윤 대통령의 전향적인 입장 변화 혹은 최소한의 검토 시사 등이 나와야만 야당의 공세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 한 대표의 전략이었다. 그러나 이 같은 제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한 대표의 리더십에 타격을 입힐 가능성이 제기된다.
대통령실은 이날 윤 대통령이 면담에서 밝힌 입장을 기자들에게 전달했는데, 사실상 한 대표 제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뜻으로 읽힌다. 인적쇄신 요구와 관련, 윤 대통령은 “누가 어떤 잘못을 했는지 알려주면 잘 판단해보겠다”고 말했다고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했다. 김 여사 대외활동 중단 요구에도 “이미 많이 자제하고 있다. 그것도 과하다니 더 자제하려 한다”고 했으며, 의혹 진상규명 협조에 대해서도 “의혹이 있으면 막연하게 이야기하지 말고 구체적으로 가져와 달라”는 요지의 말을 했다고 전해진다. 한 대표의 요구사항마다 “문제가 없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으로, 한 대표가 늘 강조하는 ‘국민의 눈높이’와는 동떨어진 발언을 한 셈이다.
친한(친한동훈)계 김종혁 최고위원은 SBS라디오에서 “(김 여사) 문제를 매듭짓고 앞으로 2년 반도 이런 식으로 끌려갈 수 없다는 다짐을 위해 대통령을 만나 뵀는데, 대통령실의 인식은 상황을 너무 안이하게 보시는 게 아닐까 하는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세 번째로 발의한 ‘김여사 특검법’ 표결 향방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민주당은 여당 내 ‘이탈표’를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친한계는 특검법이 위헌적이기 때문에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빈손 회동으로 민심이 악화하면 야당 단독 표결-윤 대통령 거부권 행사-재표결 상황이 벌어질 경우 표단속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 대표 역시 전날 윤 대통령에게 지난번 재표결 당시 여당 이탈표 4표를 거론하며 “그때 단속했는데도 못 막은 경험이 있으니까 선제적 조치를 해야 한다”며 “그동안은 제어가 됐지만, 상황이 악화하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