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사법원 설립 논의에서 빠질 수 없는 해외 사례는 영국의 해사법률 서비스다. 글로벌 해운선사가 없어도 법률, 보험, 선박 중개 및 금융 등 해운산업과 관련한 서비스 산업이 집결돼있는 곳이 영국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해사법원 부재 문제가 나올 때 항상 나오는 사례가 ‘국내 선사가 영국 해사법원으로 갈 수밖에 없는 사정’이다.
영국 해운 분야를 대표하는 단체인 ‘마리타임(Maritime) UK’에 따르면 영국에는 해운 항만 해양(레저, 조선, 기술 및 과학 ) 및 해운 사업 등의 관련 서비스 산업이 존재하는데, 이 분야는 영국 경제에 약 461억 파운드(약 82조6628억3200만 원)를 기여하고 100만 개 이상의 일자리를 지원한다.
영국은 보험 분야에서 전 세계 해상보험 점유율 35%, P&I 보험 점유율 60%를 점유하고 있으며 글로벌 선박 중개업의 26%를 담당한다. 세계 상선대의 3.2%를 점유하는 한편, 세계 2위의 로이드선급도 영국에 있다. 영국의 수도 런던에는 국제해사관련 기구 및 단체가 밀집해있는 등 해운선사가 없어도 관련 서비스 산업이 집적돼있다.
영국은 에드워드 1세 때 해사법원을 설치한 이래 해사관련 사례가 누적되고 법적 안전성, 판결의 신뢰성 등을 확보하면서 현재는 1심 법원인 고등법원 상사부에서 해사소송을 담당한다. 다만 영국 법률이 정의하는 해사소송은 우리나라의 민사소송에 해당하는 사건 외에도 선하증권 용선계약 신용장 등의 드라이 케이스(선박의 운항과 직접 관련이 없는 사건)까지 아우른다.
중국의 경우 1984년 법률을 통해 6개의 해사법원이 설립됐고, 2019년까지 총 11개의 해사법원이 해안도시를 중심으로 설치돼 운영 중이다. 해사법원 사건수리범위에 관한 규정을 통해 해사법원이 관할하는 사건 범위를 108개로 확정했다.
해사사건 수요에 주목하는 우리나라로서는 영국의 드라이 케이스 관련 해사 소송, 중국 해사법원이 해사법률 서비스 대상을 어떻게 정했는지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영석 한국해양대 교수는 “우리나라에는 해사소송제도가 없어 해사사건을 일반론으로 정의할 수밖에 없는데, 해외 각국의 입법체계와 해양산업의 발달 정도, 관점 등에 따라 범위도 달라진다”며 “해사사건의 범위를 넓히면 선박 운항과 직접 연관이 없는 해양개발, 해양환경보전과 관련된 각종 법규 및 국제법 영역까지 포함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해사 민사사건의 범위를 아태해사중재센터의 중재대상 분쟁 수준으로 확대가 필요하고, 마리나 해양레저분야로 확대할 경우 해사민사사건만으로 연간 911건 이상 확보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