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선거법 위반 1심에서 징역형을 받아 사법리스크를 체감한 이 대표는 더 불리할 것으로 전망되던 위증교사 1심 선고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도덕성 논란에서 비껴날 수 있게 됐다. 선거법 1심 징역형 선고 때만 해도 이 대표는 정치 인생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2심과 3심 등 상급심에서 감형 받더라도 피선거권이 박탈되는 벌금 100만 원 이상의 형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당내에서조차 선거법 위반보다 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던 위증교사 1심에서 무죄를 받아낸 이 대표는 이번 선고를 계기로 내부 전열 정비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재판 직후 기자들과 만난 이 대표의 일성은 “국민께서 겪는 어려움에 비하면 제가 겪는 어려움은 미미하다. 국민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것이었다.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먹사니즘’을 강조한 것이다. 아울러 민주당은 28일 본회의에서 세 번째 ‘김건희 여사 특검법’ 재표결과 함께 검사 탄핵소추안 보고까지 밀어붙일 계획이다. 민주당은 특검법 통과를 반대하지 않는 이탈표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지만, 여당의 단일대오를 구축해 특검법이 다시 폐기될 경우 곧바로 네 번째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빨간불이 켜졌던 이 대표의 대권가도에도 숨통이 트였다는 평가다. 이 대표로서는 자신을 향한 사법부의 칼날이 정치탄압이라는 점을 항변할 수 있는 계기도 마련됐다. 민주당 차원에서는 검찰개혁 법안 추진, 검사 탄핵 등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사필귀정의 판결이었다”며 “오늘 판결은 진실과 정의는 반드시 승리한다는 진리를 확인시켜줬다”고 평가했다. 이어 “또한 정치 검찰의 무도한 야당 탄압, 야당 대표를 향한 ‘사법 살인’ 시도를 멈춰 세우고 윤석열 정권이 짓밟고 무너뜨린 사법 정의와 상식을 바로 세웠다”고 덧붙였다.

이번 선고를 계기로 이 대표는 한숨을 돌리게 됐지만 그의 사법리스크는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대장동·백현동·위례신도시 개발 비리 및 성남FC 불법 후원금,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 재판은 진행 중이다. 검찰이 지난 19일 경기도 법인카드 등 예산을 사적으로 유용한 혐의로 기소하면서 진행 중인 재판은 총 5개가 됐다. 1심 선고가 나온 선거법 위반·위증교사 재판 상급심 등에서 피선거권을 박탈하는 유죄가 나오면 사법 리스크는 재차 불거질 수 있다. 국회의원은 금고 이상 형이 확정되고 그 형이 실효되지 않으면 피선거권을 박탈하도록 한 공직선거법과 국회법 규정에 따라 의원직을 잃게 된다. 징역형이 확정될 경우 형 집행 종료 뒤 최소 5년 간 피선거권이 박탈되기 때문에 차기 대선에도 출마할 수 없게 된다.

국민의힘은 결과적으로는 사법부가 유죄 결론을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위증을 한 김진성 씨가 벌금 500만 원을 선고받은 점에 주목했다. 곽규택(부산 서동) 수석대변인은 이날 구두논평을 통해 “특히 1심 판결로 정치적, 도의적 책무까지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여전히 남아 있는 사법리스크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국민 앞에 소상히 밝혀야 할 과제”라고 압박했다. 한동훈 대표는 페이스북에 “위증한 사람만 유죄이고, 교사한 사람은 무죄라는 1심 판단을 수긍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당 법률자문위원장인 주진우(부산 해운대갑) 의원은 입장문을 통해 “이번 판결은 이 대표가 김진성 씨에게 위증을 교사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김 씨가 자신의 위증죄 처벌을 감수하며 스스로 위증했다는 상식 밖의 판결”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1심 재판부의 말대로 이러한 행위가 통상의 변론 활동으로 인정된다면, 앞으로 돈과 권력을 가진 피고인들은 누구나 증인과 접촉해 증언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서슴지 않게 될 것”이라며 “이번 판결이 이러한 행위를 적법한 행위로 판단한 악례를 남겼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