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워털루형 코업 과정 비롯
- 부산시 추진 지·산·학 협력사업
- 심사·기업검증·인건비 지원까지
- 촘촘한 관리로 채용연계율 높여
- 교수인맥에 의존하던 현장실습
- 지자체 나서 중개하니 신뢰도↑
- 학생 선호하는 기업 발굴은 과제
산학 협력을 통한 인재 채용은 오랫동안 현장에서 활용해 온 방식이다. 학생은 학점을 인정받으면서 직무를 경험하고, 기업은 학교 추천을 받은 인재를 확보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학교와 기업 협력이 형식적으로만 이뤄진다면 기대 효과는 반감된다. 양측이 원하는 적절한 매칭이 선행돼야 실습 만족도가 높아지고 채용, 나아가 청년의 부산 정착까지 도모할 수 있다. 부산시가 추진하는 지·산·학 협력 사업의 산학 협력제도는 촘촘하고 충분한 매칭 작업을 거쳐 채용까지 연계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매칭에 필요한 서류 심사와 면접, 기업 검증, 기업이 부담해야 하는 인건비 등을 지자체가 맡아 참여자 부담을 덜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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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구 용당동 빅파인애니메이션스튜디오 본사에서 산학협력 참가 학생들이 직원들로부터 업무 지도를 받고 있다. 빅파인애니메이션스튜디오 제공 |
■현장 실습에서 채용 확정까지신라대 에너지응용화학전공 졸업반인 김웅(25) 씨는 부산경제진흥원이 주관한 ‘부산 워털루형 코업’ 과정을 통해 취업까지 성공했다. 지난 9월 부산의 반도체 공정약품 기업 ‘유니스’에서 4개월간 실습을 시작한 김 씨는 최근 채용 전환을 확정해 12월 말 실습이 끝나면 학생이 아닌 유니스 직원으로 출근하게 된다. 김 씨는 “연구 시설과 연구실 분위기가 매우 좋아 실습을 할수록 여기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커졌는데 채용으로 이어져 정말 기쁘다”고 설렘을 감추지 않았다. 부산 삼락동 유니스는 최근 디스플레이 제조에 필요한 화학 제품까지 사업영역을 확장한 부산의 강소기업이다. 호텔 시설 부럽지 않은 근무 환경과 우수한 직원 복지로도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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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구 삼락동 유니스 본사 연구실에서 ‘부산형 워털루형 코업’ 프로그램에 참가한 학생들이 실습하고 있다. 왼쪽 두 번째 김웅(25) 학생은 실습을 거쳐 정식 채용이 확정됐다. 유니스 제공 |
김 씨는 “화학 기업이 부산에 적어 졸업 후 100% 다른 지역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대학 친구들 모두 같은 생각이다. 그런데 부산에서 좋은 회사를 발견했고 정착도 하게 돼 감사하다. 회사에서 꾸준히 역량을 쌓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채용한 기업의 만족도도 높았다. 유니스 문부현 소장은 “실습 전 8월께 학교에서 보내준 자료를 검토하고 면접도 봤다. 매칭 단계에서 눈에 쏙 들어온 친구들이 있었고, 실습을 해보니 모두 일을 잘 하고 태도도 우수했다”고 말했다. 문 소장은 “본사 상주 인원의 1/3이 연구원일 정도로 연구원 비중이 높다. 정원이 채워진 상태지만 논의를 거쳐 학생 채용을 결정했다. 현장에서 적극적이고, 배우려는 자세가 훌륭했다”고 덧붙였다.
김 씨가 참여한 ‘부산 워털루형 코업’ 과정은 지난해부터 부산시가 시작한 채용 연계 프로그램이다. 기존 산학 협력과 달리 ▷부산시 9대 전략 분야로 실습기업 범위 설정 ▷대학의 성적 우수자나 교수 추천자로 별도의 선발 과정 진행 ▷이론과 실습을 반복하며 2개 학기 운영 ▷미스매치 최소화를 위한 기업과 학생의 매칭데이 운영 등이 ‘부산 워털루형 코업’의 특징이다.
3년 연속 산학 협력을 통해 직원을 채용한 기업도 있다. 애니메이션 기업 ‘빅파인애니메이션스튜디오’는 2022년 시범 사업부터 매년 참여해 1명씩 채용해 왔다. 빅파인애니메이션 양창원 대표는 “부산에서 이쪽 분야 사람을 구하기가 정말 힘들다. 제도를 통해 동명대 디지털콘텐츠학과를 졸업한 우수한 친구들을 채용하게 됐다. 지자체로부터 실습기간 인건비 100%를 지원받을 수 있는 점도 현실적으로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시범 사업을 거쳐 시작된 지난해 운영 결과 50개 기업과 68명 학생이 매칭됐고, 4학년 학생 24명 가운데 5명이 취업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대비 올해 참여 학교는 2곳에서 4곳으로, 참여 기업은 76곳에서 83곳으로 늘었다. 부산경제진흥원 김무성 대리는 “현장 실사로 검증한 기업 선발, 교수 추천과 성적을 반영한 학생 선발, 기업과 학생의 우선순위를 고려한 매칭 등 촘촘한 사전 작업이 좋은 결실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지자체 역할 강화…신뢰도 높여 |
지난 8월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매칭데이. 참여 기업과 학생들이 사전에 제출한 지망 순위를 바탕으로 면접이 진행됐다. 부산경제진흥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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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학 협력 매개를 맡은 지자체는 양측의 신뢰도를 높이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2022년 시범 사업부터 3년 연속 ‘워털루형 코업’에 참가하고 있는 동명대는 프로그램의 장점을 ‘신뢰’로 꼽았다.
동명대 Co-Op 혁신교육원 박성규 과장은 “리스크를 낮출 수 있는 것이 해당 프로그램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앞서 실습현장 기업은 대부분 교수 인맥을 통한 추천으로 정해졌다. 학생 입장에서 교수와의 관계를 의식할 수밖에 없고, 교수 역시 기업에 산학 협력을 제안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지·산·학을 통한 프로그램은 기업 검증을 지자체가 맡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신뢰도가 높고 학생과 기업의 자율성도 높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학교 입장에서도 검증 기업 발굴 업무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
대신 학교는 학생 선발을 신중하게 한다. 학교에서도 우수한 학생을 선정하고, 학생이 원하는 기업을 4지망까지 받은 후 매칭을 시도한다. 원하는 기업에 면접을 통해 들어가니 마음가짐이 다르고 만족도가 높다. 실습을 하면서 지역 취업에도 관심을 갖는다. 박 과장은 “학생들과 대화해 보면 일단 부산에도 취업할 만한 좋은 기업이 있다는 사실을 잘 알지 못한다. 막연한 두려움에 무조건 서울에 가고, 큰 기업에 들어가야 한다고 여기는 경우도 많다. 기업 역시 최대 7개월까지 학생 실습을 경험하니 별도의 신입교육 과정이 필요 없다”고 말했다.
아쉬운 점으로는 학생들이 선호하는 기업과 공공기관의 참여가 없는 점을 꼽았다. 그는 “부산에도 많은 공공기관이 있지만 산학 협력 참여는 저조하다. 굳이 제도를 활용하지 않아도 지원자가 많기 때문이겠지만 학생의 관심을 받는 기업과 공공기관이 참여하면, 이를 계기로 다른 지역 기업도 살펴보게 되는 효과를 내지 않겠나”며 “기업 다양성을 확대하면 더 큰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했다.
※ 이 기사는 부산시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