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 번째 담화서 통치행위 강변
- “선관위 전산시스템 조작 가능
- 계엄 때 김용현에 점검 지시”
- 내란죄 부인 지지층 결집 호소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나흘간의 ‘칩거’를 깨고 다시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국민 담화를 전격 발표했다.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네 번째인 대국민 담화에서 윤 대통령은 시종일관 비상계엄 선포의 정당성을 강변하면서 “2시간짜리 내란이라는 것이 있느냐”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탄핵하든 수사하든 당당히 맞서겠다”면서 자진 사퇴를 거부하고 탄핵 정국을 정면 돌파하겠다고 선언했다. 또 비상계엄 선포가 거대 야당의 일방적 국회 운영에 ‘경고’하는 차원이었고, 헌법의 틀 안에서 이뤄져 내란죄 요건에 해당하지도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를 두고 윤 대통령이 지지층 결집을 호소하는 동시에 앞으로 전개될 법리 다툼을 대비, 방어 논리를 미리 구축하기 위해 담화에 나섰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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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가 12일 오전 서울역에서 설치된 TV 모니터를 통해 중계되고 있다. 연합뉴스 |
윤 대통령을 태운 차량은 이날 오전 8시21분 대통령실 청사 정문 앞에 도착했으며, 30여 분 뒤인 오전 8시57분쯤 다시 청사를 빠져나갔다. 대통령실은 오전 9시25분께 ‘대통령 담화 영상을 제공할 것’이라고 방송사들에 안내하며 담화 사실을 알렸다. 계엄 선포 이후 네 번째인 이날 담화는 약 29분으로 7000자 정도의 분량이었다. 짙은 남색 정장에 빨간색 넥타이를 멘 윤 대통령은 내내 비장한 표정으로 정면을 응시하며 담화를 이어갔다. 윤 대통령은 “지금 야당은 비상계엄 선포가 내란죄에 해당한다며, 광란의 칼춤을 추고 있습니다. 정말 그렇습니까? 과연 지금 대한민국에서 국정 마비와 국헌 문란을 벌이고 있는 세력이 누구입니까?”라는 말로 담화를 시작했다.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인정하지 않고 끌어내리기 위해, 퇴진과 탄핵 선동을 멈추지 않았다. 대선 결과를 승복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대통령은 “도대체 2시간짜리 내란이라는 것이 있느냐”며 “질서 유지를 위해 소수의 병력을 잠시 투입한 것이 폭동이란 말이냐”고 반문했다. 윤 대통령은 야당의 의회 독재와 폭거로 국정이 마비된 상황을 ‘사회 교란으로 인한 행정 사법의 국가 기능 붕괴 상태’로 판단해 대통령으로서 통치 행위로 계엄령을 발동했다고 밝혔다.
특히 윤 대통령은 계엄 때 김용현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선거관리위원회의 전산시스템 점검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는 “제가 비상계엄이라는 엄중한 결단을 내리기까지, 그동안 직접 차마 밝히지 못했던 더 심각한 일들이 많이 있다”고 운을 뗀 뒤 북한의 선관위 해킹 공격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선관위는 헌법기관임을 내세우며 시스템 점검을 완강히 거부하다 일부분 점검에 응했으나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한 상황이었다”며 “민주주의 핵심인 선거를 관리하는 전산시스템이 이렇게 엉터리인데, 어떻게 국민이 선거 결과를 신뢰할 수 있겠나”라고 했다. 또 “선관위 시스템 장비 일부분만 점검했지만, 상황은 심각했다”며 “국정원 직원이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방화벽도 사실상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담화 말미에서야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번 계엄으로 놀라고 불안하셨을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지막 순간까지 국민 여러분과 함께 싸우겠다. 뜨거운 충정을 믿어달라”며 담화를 마쳤다.
윤 대통령의 이 같은 ‘강공’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이 담화에서 비상계엄 조치는 대통령의 법적 권한이자 고도의 정치적 판단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도 이 같은 해석을 뒷받침한다.
이런 가운데 윤 대통령은 지난 10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법률안과 대통령령(시행령) 42건을 재가하면서 정상적으로 대통령직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