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2일 긴급 대국민담화를 통해 “저를 탄핵하든, 수사하든 저는 이에 당당히 맞설 것”이라며 지난 7일의 ‘2선 후퇴’ 선언을 뒤집고 ‘탄핵에 반대하라’는 메시지를 여당과 지지층에게 던졌다. 윤 대통령은 ‘거대 야당의 횡포로 인해 계엄선포를 할 수밖에 없었다’는 취지로 이날 29분간의 담화를 발표했다. 야권에선 탄핵 심판과 수사를 앞두고 윤 대통령이 변론 요지를 낭독하며 극우 지지층을 선동했다고 거세게 비판했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금 야당은 비상계엄 선포가 내란죄에 해당한다며, 광란의 칼춤을 추고 있다” “거대 야당이 지배하는 국회가 자유민주주의 헌정 질서를 파괴하는 괴물이 됐다” “반국가적 패악을 알려 멈추도록 경고하는 것” 등 정제되지 않은 표현을 곳곳에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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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윤 대통령 담화 직후 열린 의원총회에서 입장을 밝히는 모습. 연합뉴스 |
전날까지 윤 대통령이 여당의 조기 퇴진 로드맵을 거부하면서 탄핵에 대비한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이날 담화는 이를 넘어 계엄의 정당성을 강변하면서 야당의 탄핵소추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공식화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계엄선포를 할 수밖에 없었던 사정을 장황하게 설명하면서도 “2시간 짜리 내란이 어디 있나”고 말했다. 계엄 선포가 통치행위의 일환이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인데, 이는 전날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이 국회 본회의에서 비상계엄을 고도의 통치행위로 본 대법원 판례를 언급하며 사법 판단을 자제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윤 대통령은 “거대 야당이 거짓 선동으로 탄핵을 서두르는 이유가 무엇이겠느냐”며 “거대 야당 대표의 유죄 선고가 임박하자, 대통령의 탄핵을 통해 이를 회피하고 조기 대선을 치르려는 것, 단 하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가 시스템을 무너뜨려서라도 자신의 범죄를 덮고 국정을 장악하려는 것”이라며 “이것이야말로 국헌 문란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윤 대통령의 담화에 여당은 대혼돈에 빠졌다. 윤 대통령 담화 발표 직전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지금은 탄핵으로 대통령의 직무집행을 정지시키는 것이 문제를 해결할 유일한 방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거의 비슷한 시간 윤 대통령이 담화를 통해 ‘탄핵도 해선 안된다’는 메시지를 냈고, 권성동 의원이 새 원내대표로 선출되면서 친윤(친윤석열)계는 결집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 담화 후 “이런 담화가 나올 것이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한 대표는 이날 윤 대통령의 제명·출당을 위한 당 윤리위원회 소집을 긴급 지시했다. 이날 현재 국민의힘에서 탄핵에 찬성하는 입장을 밝힌 의원은 7명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이날 담화를 두고 “극단적 망상의 표출이자 대국민 선전포고”라고 규정하고 14일 탄핵소추안 통과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야6당 소속 의원 전원(191명)은 이날 윤 대통령의 2차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