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찬성 204표 대 반대 85표
- 한덕수 총리 권한대행 체제
- 이재명 “국정협의체” 與 거부

헌정사상 세 번째로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 여부가 헌법재판소에 맡겨졌다. 헌재가 최장 6개월 안에 탄핵심판 선고를 내릴 때까지는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는다. ‘박근혜 탄핵 트라우마’까지 소환하며 탄핵을 놓고 극심한 내홍을 겪은 여당은 최고위원 5명이 사퇴하며 당지도부가 붕괴되는 등 대혼돈에 빠졌다. 그동안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헌재 탄핵 심판 속도전을 재촉하며 윤 대통령의 파면을 촉구했다. 헌재가 탄핵을 인용하면 그 시기에 따라 벚꽃(3, 4월) 또는 장미(5, 6월) 대선이 실시될 전망이다.

국회는 14일 본회의에서 대통령 윤석열 탄핵소추안을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효 8표로 가결했다.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서 등본이 대통령실에 전달된 같은 날 오후 7시24분부터 윤 대통령의 권한 행사가 정지됐고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았다. 한 권한대행은 이후 임시 국무회의 주재, 대국민담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잇따라 열고 정치 경제 외교 안보 분야를 점검했으며, 15일 오전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굳건한 한미동맹을 재확인했다. 12·3 사태로 동맹국인 미국과의 관계가 악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오후엔 국회를 방문, 우원식 국회의장을 만나 향후 국정운영 방안에 의견을 교환했다.

권한대행 체제 속 정부는 수습에 돌입했지만 정치권에선 온갖 셈법이 넘쳐난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국회가 참여하는 초당적 협력체 ‘국정안정협의체’ 구성을 제안하는 등 수권정당 면모 부각에 나섰다.

정부도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정의 조속한 안정을 위해 여야를 포함한 국회와 적극적으로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며 화답했다. 이 대표는 동시에 민주당이 추진했던 한 권한대행 탄핵도 보류 방침을 밝혔다. 그러면서 “권한대행은 교과서적으로 보면 현상 유지 관리가 주 업무고, 현상을 변경하거나 새로운 질서를 형성하는 건 허용되지 않는 게 원칙”이라며 특별법안 등의 거부권을 행사해선 안된다는 메시지도 덧붙였다. 이는 이 대표가 탄핵을 통한 정쟁에 몰두한다는 비판을 피하면서 정국 장악력을 드러낸 대목이기도 하다.

탄핵 정국에서 수세에 몰린 국민의힘의 내홍은 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동훈 대표는 1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본인의 거취를 밝힐 예정이다. 다만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재명 대표가 제안한 ‘국정안정협의체’ 구성을 거부했다. 그는 “국민의힘은 여전히 (대통령이 소속된) 여당이고, 헌법 규정에 의해서 대통령 권한대행이 임명됐다”며 “지금까지 해 온 것처럼 당정 협의를 통해 여당으로서 책임 있는 정치를 끝까지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위당정 또는 실무당정협의 등을 통해 윤석열 정부 임기 끝까지 여당으로서 책임 있는 자세를 취하겠다”며 “야당도 협력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