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與 친윤·중진 주축돼 사퇴 압박
- 의총 나선 韓 “제게 왜 이러시냐”
- 최고위원 5명도 전원 사의 밝혀
- 분당 갈림길…韓 16일 거취 표명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둔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 도로가 탄핵을 촉구하는 100만 인파로 가득 메워져 있다. 김정록 기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정치 무대에 데뷔한 이후 최대 역경에 처했다는 평가가 15일 나온다. 한 대표의 입장대로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통과됐지만, 그를 정점으로 하는 당지도부는 붕괴됐으며 당내에선 한 대표 책임론과 함께 탄핵을 찬성한 의원들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고조된다. 한 대표를 향해 ‘애초부터 외부인’이기 때문에 당을 무너뜨리는 데 일조했다는 혹평까지 나온다. ‘국민 눈높이’를 강조하며 보수정당인 국민의힘에 변화와 쇄신의 바람을 불어넣으려 했던 한 대표로서는 예상보다 적게 나온 탄핵 찬성표에다가 친윤(친윤석열)계와 중진들의 사퇴 압박 등으로 지도력을 잃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번 탄핵소추안 2차 표결에서 범야권 192명이 전원 탄핵에 찬성했다고 가정하면 여당 의원 108명 중 12명이 찬성표를 던진 셈이다. 기권 3표, 무표 8표 등도 탄핵 반대가 아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국민의힘 이탈표는 23표가 된다. 당론이 부결이었으니 ‘이탈표’라고 표현하지만, 한 대표 입장에선 자신의 입장에 동조하는 원내의 표심이기도 하다. 심리적으로 쪼개진 여당이 실제 분당으로 이어질 경우 한 대표를 따를 원내 의원이 20명 안팎에 불과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결과다. 8년 전 박근혜 당시 대통령 탄핵안 표결 때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이탈표가 128명 중 절반가량인 62명이 나왔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번 표결 결과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지난 1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뒤 의원총회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비토’ 여론은 전날 탄핵안이 통과된 직후 열린 비공개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극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차피 탄핵될 거 다 예측했던 거 아니냐” “이번에 안 돼도 어차피 다음엔 됐을 거다. 제게 왜 이러시냐”는 취지의 한 대표 발언으로 의총장이 ‘불난 데 기름을 붓는 격’으로 달아올랐다는 것이다. 의총장에서 나온 한 대표는 “저는 직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그러는 동안 의총장에선 선출직 최고위원 5명(김민전 김재원 인요한 장동혁 진종오)이 전원 사의를 표명했다. 국민의힘 당헌당규는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4명이 사퇴하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꾸리도록 하고 있어 사실상 한동훈 지도부가 붕괴됐다는 평가다.

나경원 의원은 한 대표를 작심 비판하며 사퇴를 압박했다. 나 의원은 “탄핵표결 전에도 우린 한동훈 대표를 설득했다. 그러나 기어이 한 대표는 끝까지 어제 속전속결 탄핵을 고집했다”고 밝혔다. 그는 “(한 대표가)대통령과의 신뢰가 그리 두텁다고 하니 민심전달을 잘 해주기를 바랐다”면서도 “(하지만) 한 비대위원장이 당에 오자마자 대통령과 한 비대위원장의 싸움이 시작됐다. 그 싸움 중에 결국 우리 당은 총선 참패”라고 비판했다. 나 의원은 “이미 국민의힘은 비대위체제로 전환된 것”이라며 “당헌 96조 제3항에 따라 전국위원회 의장은 비대위 설치를 위한 후속조치를 지체없이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한 대표는 16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입장을 밝힐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