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에서 편지를 쓴 정치인으로 우리나라에서 유명한 이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다. 박정희·전두환 정권은 6년간 그를 옥에 가뒀다. 그는 긴 세월을 이겨내기 위해 이휘호 여사와 아들, 며느리, 동생, 조카들에게 편지를 눌러 썼다. 자유·민주주의·국가에 대한 걱정이 대부분이다. 발췌하면 ‘바다 가운데 던져지기 직전 심지어 하반신은 상어밥이 되더라고 상반신만은 살기를 바랐다’. ‘시간을 충실히 보내고 있는지 항시 반성하고 있다’. ‘카이사의 것은 카이사에게로,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에게로’. ‘미국 독립 200주년 기념일인 7월 4일 미국민이 단결하는 모습을 보고 우리도 명절에는 국민 전체가 같이 즐기는 날이 되길 바란다’ 등이다. 고통을 이겨내기 위한 의지와 통렬한 자기 반성, 국가와 국민을 향한 염원 등이 담겨 있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고통 속에서도 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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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이 SNS에 올린 ‘국민에 드리는 편지’. 캡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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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초대 총리인 자와할랄 네루가 감옥에서 딸(인디라 간디)에게 쓴 편지도 유명하다. 딸의 생일 선물로 시작한 편지가 ‘세계사 편력’이라는 고전이 됐다. 책 반입이 쉽지 않았던 당시 인도 감옥에서 자기가 평소 적은 메모들을 참고해 세 권에 달하는 분량의 편지를 썼다. 1930년 10월 26일부터 1933년 8월 9일까지 무려 3년에 육박한다. 하루도 거르지 않았다. 그는 마지막 편지에서 독서와 집필이 지루한 감옥생활을 버티게 해주었다고 했다. 자기 삶을 진지하게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고. 딸에게 그만한 값어치가 있는 걸 썼는지 모르겠다고 고백했다. 그의 편지는 타고르의 기탄잘리를 인용하며 마무리했다. ‘내 나라가 깨어나게 하소서’다. 갇혀 있는 동안 자기를 채찍질하며 국가의 미래를 걱정하고 새 시대를 준비했다. 이 편지를 읽은 딸은 외무부·재정부 장관을 거쳐 총리가 됐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된 윤석열 대통령이 자기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잇따라 편지를 올리고 있다. 구속된 상태라 변호인들이 그의 진술을 추려 올린다고 한다. 지난 24일 게재한 편지 내용은 이렇다. ‘을사년 새해는 작년보다 나은 한해가 되길 바랍니다. 여러분 곁을 지키며 살피고 도와드려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안타깝고 죄송합니다’. 윤 대통령이 언제부터 이렇게 국민을 살뜰히 챙겼는지 모르겠다. 영어의 몸이 되자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인가. 지난 17일 올린 편지에서는 ‘그동안 국민께 드렸던 말씀을 다시 읽으며 마음을 가다듬고 지나온 국정을 되돌아보고 있다’고 했다. 나라를 나락으로 떨어뜨린 비상계엄을 발동하기 전 이렇게 했다면 작금의 난리도 없었을 것이다. 자신을 돌아보며 국가를 생각해 무엇을 할지 진지하게 고민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공자의 제자 증자는 매일 세 가지를 반성했다. ▷남을 위해 일함에 충실했는가 ▷친구와 사귐에 신의를 다했는가 ▷배운 것을 제대로 익혔는가 였다. 대통령이라면 ▷국가 일에 최선을 다했는가 ▷국민과의 약속을 지켰는가 ▷공약한 것을 이행했나 등으로 바꿔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인간은 고통을 겪은 후 성숙해진다고 한다. 다시 국민 품으로 돌아왔을 때 ‘달라진 대통령’을 기대한다면 과욕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