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 상속세법 개정안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1997년 이후 28년 만에 상속세 공제 기준이 바뀔지 관심이 집중된다. 더불어민주당 윤종군 원내대변인은 11일 기자들을 만나 “상속세법 개정안 합의처리 가능성이 열려있는 상황이 됐다”며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지정 대상에 넣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앞서 민주당은 상속세법 개정안과 함께 반도체 특별법과 은행법·가맹사업법 개정안을 13일 본회의에서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지정하기로 했으나 상속세법 개정안은 여야 합의를 우선하는 것으로 선회했다. 전날 국민의힘이 최고세율 인하 등 쟁점 사안을 미루고 여야 합의가 가능한 배우자 상속세 폐지와 세액공제 확대 등을 우선 처리하자고 제안한 것에 화답한 것이다. 윤 원내대변인은 “여야 대표의 발언으로 어느 정도 정치적 공감대가 형성됐다면 패스트트랙 대신 허심탄회한 논의를 통해 풀어가는 게 적절하지 않겠느냐는 정무적인 판단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앞서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6일 비대위 회의에서 “함께 재산을 일군 배우자 간의 상속은 세대 간의 부 이전이 아니다”며 “배우자 상속세를 전면 폐지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이틀날인 지난 7일 “우리도 동의할 테니 이번에 처리하면 좋겠다”고 화답하면서 여야 간 합의 가능성을 키웠다.

여야는 배우자 상속세 폐지와 세액공제 한도 확대 등 합의 가능한 것부터 처리하고 양당의 이견이 있는 최고세율 인하 등은 계속 협의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상속세 최고세율이 26%인 만큼 현행 50%에 달하는 최고세율을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민주당은 2022년 기준 최고세율 50% 적용 대상자는 전 국민 중 955명에 불과한 만큼, 최고세율 인하는 ‘초부자 감세’라고 맞선다.

또 다른 쟁점은 일괄공제와 자녀공제 한도 확대다. 현행 5억 원인 일괄공제 한도를 두고 국민의힘은 10억 원, 민주당은 8억 원으로 올리자는 입장이다. 현행 5000만 원인 자녀공제 한도를 놓고도 여당은 상향을 주장하는 반면 야당은 ‘부의 대물림’이라며 반대한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 소속 송언석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은 이날 “민주당이 주장하는 상속세법 개정안은 애초에 패스트트랙 지정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임광현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상속세법 개정안이 이미 본회의에 계류된 상태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해당 법률안은 지난 12월 민주당의 단독 예산 처리 과정에서 예산 부수 법안으로 지정돼 본회의에 자동 부의된 상태”라며 “본래 상임위 등에 계류된 안건을 본회의에 신속하게 올리기 위해 마련된 패스트트랙 제도를 이미 본회의에 계류 중인 법안을 두고 하겠다는 발언 자체가 엉터리”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