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연 등 野 비명주자 입지 약화
- 진흙탕 경선 땐 지지율 하락 우려
- 與 ‘파면’ 극복·중도층 공략 관건

헌법재판소가 4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을 선고하면서 최장 60일의 조기 대선 레이스가 시작됐다. 이번 조기 대선도 19대 조기 대선 때와 마찬가지로 장미가 피는 6월 치러질 가능성이 커졌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늦어도 오는 14일에는 선거일을 지정할 전망이다. 시기는 5월 24일~6월 3일 중 하루가 거론된다. 정치권에서는 6월 3일(화요일)을 유력한 선거일로 점친다. 법정 시한인 60일 내에선 최대한 선거기간을 보장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평시 대선은 수요일에 치러지지만 대통령 궐위로 인한 조기 대선에서는 요일에 대한 별도 규정이 없다.

탄핵 정국 내내 ‘정권 교체’ 요구가 ‘정권 유지’보다 우세했고, 윤 전 대통령의 파면 선고로 대선이 이뤄지는 만큼 현재 여론 지형은 민주당에 유리한 구도다. 비상계엄에 반대하는 여론이 다수였던 만큼, 좌우 이념 대결이 아닌 ‘민주 대 반(反)민주’ 구도로 선거를 치르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게 민주당의 분석이다. 특히 ‘이재명 대세론’이 일찌감치 형성된데다 지난달 26일 공직선거법 항소심 무죄로 사법리스크 위기를 넘긴 만큼 후보 경선에서도 독주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김동연 경기지사, 김부겸 전 국무총리, 김경수 전 경남지사, 김두관 전 의원 등 비명(비이재명)계 주자들의 입지는 상대적으로 좁아졌다. 이들은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카드’가 실패했다는 점을 앞세워 견제·연대에 나설 수 있지만, 현재까지 의미 있는 지지율은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다. 경선 과정에서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놓고 진흙탕 싸움 양상을 보이면 오히려 중도층을 멀어지게 만들 수 있다는 점도 딜레마다.

반면 파면된 윤 전 대통령을 배출한 국민의힘은 이번 조기 대선에서 ‘핸디캡’을 안고 시작하게 됐다. 국민의힘은 비상계엄에 부정적 여론, 당 소속 대통령이 두 차례 연속 파면됐다는 정치적 부담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조기 대선의 최대 과제다. 이번 탄핵 정국에서는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때와 달리 보수층이 강한 응집력을 보였지만, 선거의 승패를 가를 중도·무당층을 흡수하는 데는 한계를 노출한 딜레마적 상황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했던 당이 조기 대선에 참여한다는 부정합성도 있다”면서 “중도층 표심을 어떻게 설득할지 고민스러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은 87년 체제 극복을 내걸고 개헌을 약속하면서 판 흔들기에 나서는 한편 ‘이재명 때리기’를 통해 여론전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이 대표의 남은 사법 리스크 등을 앞세워 ‘반(反)이재명’ 정서 결집을 노릴 전망이다.

국민의힘 대권주자들은 저마다 ‘이재명 대항마’를 자처하며 몸풀기에 나섰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을 비롯해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 한동훈 전 대표, 안철수 의원, 유승민 전 의원 등이 꼽힌다. 오히려 대세론이 없는 만큼 치열한 당내 경선을 거치면서 ‘컨벤션 효과’ 극대화를 노려본다 게 여권의 희망사항이다.

아울러 일찌감치 대권 도전을 선언한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의 득표력 등도 주목할 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