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유죄 취지 파기 환송 결정 후 정치권이 극한 대립을 하면서 대선을 한 달 앞두고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대법원의 판결을 ‘사법 쿠데타, 대선 개입’으로 규정했고,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최상목 전 부총리 탄핵 시도를 ‘거부권 봉쇄를 위한 보복 탄핵, 탄핵 테러’라고 비난했다.

더불어민주당 상임총괄선대위원장인 박찬대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2일 중앙선대위 회의에서 전날 대법원 판결을 두고 “대선판을 뒤흔들어 대선 결과를 바꾸고 내란을 지속하려는 조직적 공작이 착착 진행되고 있다고 밖에 볼 수 없다”며 “내란이 여전히 진행 중인 엄중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파기환송 결정은) 지극히 비상식적이고 불공정한 정치적 판결이자 대법원에 의한 사법 쿠데타, 대선 개입”이라며 “이러다 조희대 대법원이 내란 수괴 윤석열에게 무죄를 선고할 거라는 우려도 나온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전날 자리에서 물러난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을 겨냥, “내란 행위, 헌법 위반 행위, 법률 위반 행위에 대한 죗값을 끝까지 묻겠다”고 했다.

강금실 총괄선대위원장도 전날 판결에 대해 “대법원 역사상 초유의 사태로, 대단한 충격”이라며 “조희대 대법원장은 적극적으로 선거에 개입해 영향을 주려고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강 위원장은 “공직선거법은 이번 대선에서 죄를 저지를 때 당선 무효가 될 뿐이지, 지난 대선에 대한 판단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서 “이 판결은 이재명 후보의 출마, 당선, 직무 수행에 아무런 법적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경수 총괄선대위원장도 “사법부가 전례 없는 속도로 이재명 후보에 대한 판결을 내리며 대선 한복판으로 뛰어들었다”면서 “대한민국 국민은 결코 주권을 사법부에 넘기지 않을 것”이라며 “국민의 손으로 바로잡을 것”이라고 호소했다.

더불어민주당 강금실 총괄선대위원장이 2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5.2 연합뉴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전날 밤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탄핵소추안을 본회의에 상정, 결국 ‘권한대행의 권한대행의 권한대행’ 체제를 만든 것을 ‘거부권 무력화 시도’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2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이재명 후보에게 불리한 대법원판결이 나오자마자 민주당은 민생 논의의 장을 서른한 번째 탄핵 테러의 범죄 현장으로 악용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국무회의를 통한 재의요구권 행사를 봉쇄한 이후 공직선거법 허위사실유포 조항 폐지, 대통령 당선 시 재판 중지법 통과 등 초유의 악법을 통과시키기 위한 사전 작업”이라고 말했다.실제로 민주당은 이날 대통령 당선 시 진행 중인 형사재판 절차를 정지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의 법사위 상정을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권 원내대표는 “결국 지난 저녁 벌어진 광란의 탄핵난사는 이재명 후보의 사법 리스크 제거를 위한 거대한 음모의 첫 단추이자 선거 범죄 계획의 서막인 셈”이라며 “정부는 이와 같이 국무회의 무력화 음모로부터 헌정을 수호하기 위한 모든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원내대표는 또 “만에 하나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이 돼 자기 입맛에 맞는 인사들로 헌법재판소를 채운다면 해당 공직선거법 조항을 위헌으로 만들어 법조문 자체를 폐지할 수 있다”며 “법의 폐지로 재판을 완전히 박살 내는 ‘법재완박’”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재명 세력의 ‘셀프 사면 프로젝트’는 실현 가능한 재앙”이라며 “대법원의 판결은 국민의 정치적 심판이 함께 이뤄질 때 비로소 온전한 정의와 법치로 완성될 수 있다”고 국민의힘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국민의힘 함인경 대변인은 논평에서 전날 민주당의 최상목 경제부총리와 심우정 검찰총장에 대한 탄핵 시도에 대해 “누가 봐도 정당한 사법 판단에 대한 노골적 ‘보복’이자 사법부와 행정부를 동시에 위협하는 삼권분립 파괴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행정부를 마비시키고, 거부권 행사를 무력화한 뒤, 사법부를 장악하는 법안을 일방적으로 통과시켜 어떻게든 이재명 후보에게 출구를 열어주겠다는 민주당의 얕은 수를 모르는 국민은 없다”며 “국민의 명령은 이재명의 퇴장”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2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5.2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