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공약한 ‘동남권산업투자공사(동남권투자은행)’ 설립이 속도를 내면서 지역사회에서는 KDB 산업은행 본사 부산 이전 이슈가 완전히 소멸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부산시와 지역 상공계는 동북아 금융허브 구축과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산은 이전을 계속 추진해야 한다는 ‘당위론’이 부각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산은 이전이 사실상 무산된 만큼 동남권투자공사 유치와 육성에 집중해야 한다는 ‘현실론’이 맞서고 있다.
10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은 지난 2일 ‘동남권산업투자공사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46명의 당내 의원들이 서명에 참여한 법안의 골자를 보면 투자공사는 동남권 산업 발전 및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금융·투자 지원 ▷산업 연구 및 컨설팅 ▷인프라 개발 ▷동남권 소재 기업 및 벤처·스타트업 지원을 위한 투자, 자금 융자를 제공한다. 자본금은 3조 원이며 정부와 부산 울산 경남 등 동남권 광역단체, 산업은행, 기업은행, 수출입은행이 출자한다. 또 공사 운영과 업무 수행을 위해 정부의 경비 지원이 가능토록 했다.
지역에서는 동남권투자공사의 규모나 기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또한 동남권투자공사가 산은 부산 이전 불발에 실망한 민심을 달래려는 정치적 장치에 불과하다는 인식도 크다.
산은의 자본금은 올해 1분기 기준 26조3800억 원, 임직원 수 3300여 명에 이른다. 산은은 정부가 100% 지분을 소유한 국책은행이어서 대외 신뢰도도 높다. 상공계 관계자는 “산은 부산 이전이 된다면 수출입은행과 기업은행 같은 국책 은행의 이전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며 “산은 부산 이전은 부산의 미래를 이끌 마중물”이라고 말했다.
박형준 부산시장도 지난 9일 기자간담회에서 “동남권투자은행이 산업은행의 대체물이 될 수 있느냐, 이 부분에 대해서는 조금 더 검토가 필요하다”며 “자칫 잘못하면 고래를 참치와 바꾸는 수가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동남권투자공사의 규모 확대와 내실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찮다. 산은 이전에 반대 입장을 취해온 민주당이 산은법 개정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없는 데다 새 정부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동남권투자공사에 베팅한 만큼 ‘받을 것은 받아야 한다’는 현실적인 인식에 바탕을 둔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동남권투자공사는 해양수산부 이전, HMM 등 해운사 본사 유치, 해사법원 설립과 함께 이 대통령의 ‘해양수도 부산’ 구상을 실현할 한 축으로 자금 지원을 맡을 수 있다”고 밝혔다.
여권도 동남권투자공사가 산은 부산 이전보다 지역 산업 육성에 더 효과가 크다는 입장이다. 지원이 전국에 분산되는 산은과 달리 부울경에 집중된다는 것이다. 법안을 발의한 민 의원은 “동남권에는 조선 항만 물류 자동차 부품소재 등 다양한 산업이 존재하자만,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금융기관이 부족하다”며 “지역 거점 기반의 특화 금융 지원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