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12·3 계엄사태를 다룰 ‘내란전담재판부’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부에 설치해야 한다고 14일 주장했다. 내란특별재판부와 관련해 “그게 무슨 위헌이냐”는 이재명 대통령의 기자회견 발언 이후 집권여당이 속도전에 나선 모양새인데 국민의힘과 법조계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현직 대통령이 주도한 비상계엄을 통한 내란인데 일찌감치 전담 재판부를 구성했어야 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하면서 “별도 법원을 설치하는 것도 아니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부에 내란전담부를 설치하자는 것인데 이게 무슨 문제인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울중앙지법에 ‘지식재산 전문 재판부’가 구성된 사례 등을 거론하며 “사안의 중대성에 비춰 입법으로 규정 가능하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정부조직 개편 등 현안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5.9.14 연합뉴스

민주당은 지난달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구속영장 기각을 계기로 ‘12·3 비상계엄의 후속 조치 및 제보자 보호 등에 관한 특별법안’내 특별재판부 설치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다. 해당 법안은 내란 사건의 1·2심 재판을 각각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법에 설치해 특별재판부가 심리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담고 있다. 이를 두고 사건 배당의 강제성 문제와 함께 입법부가 법관 구성에 관여해 재판부 독립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위헌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이를 의식, 민주당은 ‘내란특별재판부’가 아닌 ‘내란전담재판부’를 설치하는 것이라고 용어를 수정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대법관 증원 등을 골자로 한 사법개혁에도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한 정책위의장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농단 사건을 보면 대법관 업무 가중을 이유로 상고법원을 설치하자는 내용이었다”며 “그런데 왜 우리가 대법관을 증원하자는 데에는 (법원이) 반대하는지 잘 이해가 안 간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민주당이 추진하는 내란특별재판부는 이름만 그럴듯할 뿐 인민재판부”라고 비판했다. 특히 “국민의 뜻을 가장 잘 반영하는 건 직접 선출된 권력”이라고 말한 이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이는 3권에 서열이 있다는 것으로, 여당이 사법부를 지배하겠다는 의도로, 헌법이 보장한 삼권분립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 사이에서도 선출권력이 사법권력에 우선한다는 취지의 이른바 ‘권력 서열’ 발언을 놓고서는 ‘위헌적 인식’이란 지적이 나온다. 송호근 한림대 석좌교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세 권력 기관에 우열이 없어야 견제와 균형이 성립하므로 선출 권력이 우선이라는 인식은 삼권분립이란 기본 원칙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앞서 조희대 대법원장은 지난 12일 여당이 추진하는 사법개혁을 의식, “재판의 독립이 확고히 보장돼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했고, 같은 날 열린 전국 법원장 회의에서는 내란재판부 설치 논란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는데 당시 회의에선 “사법부 독립 침해”라며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조희대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이 12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중앙홀에서 열린 ‘2025 대한민국 법원의 날 기념식’에 입장하고 있다. 2025.9.12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