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대북제재를 위한 ‘5·24조치’ 이후 현재까지 국내 항공사들이 북한 비행정보구역을 통과하지 못하면서 발생한 손실액이 1000억 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미 정상회담 개최와 남북관계 해빙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가운데 북한 영공통과가 재개된다면 국내 항공사들의 손실폭이 줄어들 전망이다.

김상욱 의원

더불어민주당 김상욱(울산 납갑) 의원이 1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대한항공의 경우 2010~2020년 미주·러시아 노선 우회로 인해 약 849억 원의 누적 손실이 추정됐다. 연평균으로는 70억 원 수준의 손실이 발생한 것이다. 대한항공은 2021년 이후 북한 영공 통과 우회 손실액 산출을 중단해 최근 자료는 없다. 다만 장거리 노선 구조상 유사한 수준의 비용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시아나항공도 2011~2024년 누적 손실액이 약 329억 원으로 추정되며, 연평균 23억5000만 원 수준이다. 특히 2013년과 2014년에는 연간 30억 원이 넘는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2010년 당시 이명박 정부는 천안함 피격 사건에 대한 대응으로 북한 선박의 남한해역운항 전면 불허, 남북교역 중단 등을 골자로 하는 ‘5·24조치’를 결정했다. 이에 북한도 ‘8대 대남 조치’ 성명을 발표하며 “남측 선박·항공기의 운행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로 인해 국내 항공사들은 현재까지 북한 영공을 우회 운항하고 있다. 여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영공 통과료까지 크게 상승하면서 기존 우회 항로의 경제성은 더욱 떨어지고 있다. 5·24조치 이전만 해도 국내 항공사들은 북한 영공인 해상 경로를 이용할 수 있었다. 앞서 남북은 김대중 정부 때인 1998년 4월 상호 영공을 개방해 민항기의 영공 사용을 허용한 바 있다.

김 의원은 “통일부, 외교부 등 정부는 북한 영공 통과 재개를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며 “기업이 무한정 손실을 떠안을 수 없는 만큼 항공사들의 경제적 부담은 결국 국민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