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4년간 국내 외국인 임대인의 보증사고 건수와 금액이 각각 17배, 28배 이상 폭증한 것으로 나타나 주의가 요구된다. 특히 보증사고를 일으킨 외국인 임대인 국적 대부분이 중국인 것으로 드러났다.

김희정 의원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희정(부산 연제) 의원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로부터 제출받은 ‘외국인 임대인 보증사고(임대·전세) 현황’에 따르면, 외국인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한 보증사고가 2021년 3건에서 지난해 53건으로 17배 이상 크게 늘었다. 보증 사고액 역시 ▷2021년 5억 원 ▷2022년 7억 원 ▷2023년 58억 원 ▷2024년 140억 원 순으로 4년간 28배 증가했다. 올해도 8월까지 13건(사고액 3억 원)에 달하는 보증사고가 발생했다.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와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 앞에서 5대 시중은행의 부실한 대출심사를 규탄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김정록 기자

이처럼 최근 외국인 임대인의 보증사고가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외국인 임대인을 대신해 HUG가 임차인에게 전세금을 대신 갚아준 대위변제 역시 2021년 4억 원(1건)에서 2024년 99억 원(39건)으로 24배나 증가했다. 올해 8월까지 HUG 대위변제액만 211억 원에 달했다.

HUG가 대위변제한 외국인 임대인은 총 65명으로, 국적별로는 중국인이 39명으로 가장 많았고, 미국 14명, 캐나다 3명, 일본 2명 순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HUG의 외국임 임대인으로부터 회수한 대위변제액은 56억 원에 불과했다. 나머지 155억 원은 여전히 돌려 받지 못한 상태다.

실제로 서울 금천구에 오피스텔 7채를 보유한 중국 국적 임대인 A씨의 경우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각각 20억 원이 넘는 임대보증사고를 내어 HUG가 모두 대위변제했으나 올해 8월까지 단 1원도 회수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차인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마련된 보증제도가 오히려 외국인 임대인의 책임 회피용으로 악용되는 것이 아닌지 우려되는 대목이다.

현재 HUG가 외국인 임대인에게 변제액 회수에 어려움을 겪는 원인으로는 신상 정보 부족과 해외 체류 등이 꼽힌다. 현행 보증가입 절차에서는 외국인 임대인의 경우 국적과 체류자격 등과 같은 핵심 정보는 확인하지 않은 채 주민등록번호 뒷자리(첫째 숫자 5~8번)로 만 외국인 여부를 확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에 국내에서 보증사고를 낸 외국인이 해외로 도피하거나 외국에 거주한다면 회수 자체가 어려울 수도 있다.

김 의원은 “서민들의 전세사기 피해를 막기 위해 도입된 보증제도가 일부 악성 외국 임대인의 보증사고를 국민 세금으로 대신 갚아주고 있는 형국”이라며 “외국인 임대인으로 한정해 보증가입 단계에서 보증금 일부를 은행 등 제3기관에 예치하도록 하여 보증사고에 대비하고, 보증사고를 낸 외국인의 경우 출국을 제한하는 등 제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