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野 “이재명이 직접 입장 밝혀야”
- 與 사법개혁 7대 과제 TF 출범

더불어민주당이 현직 대통령의 재판을 중지하는 이른바 ‘재판 중지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처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다만 사법개혁은 지속적인 공론화 작업을 통해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왼쪽 사진)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3일 국회에서 각각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김정록 기자 ilro12@kookje.co.kr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3일 국회에서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히며 “현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의체(APEC) 성과와 대국민 보고대회 등에 집중해야 할 시기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재판 중지법을 ‘국정안정법’으로 명명하며 이달 본회의 처리 가능성을 언급한 지 반나절만에 이를 철회한 것이다. 경주 APEC 정상회의 결과가 여권의 호재로 작용하는 현시점에 법안을 무리하게 처리할 경우 악재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도 법원이 재판을 재개하지 않은 상황에서 입법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헌법 84조를 언급하며 “헌법상 당연히 중단되는 것이니 입법이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법원이 헌법을 위반해서 종전의 중단 선언을 뒤집어 재개하면, 그때 위헌심판 제기와 더불어 (재판 중지법을) 입법해도 늦지 않다고 판단한다”며 “그래서 당의 사법안 처리 대상에서 재판 중지법을 제외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통령이든 정청래 대표든 누구든 책임 있는 사람이 추진하지 않겠다는 명확한 입장을 밝히라”고 촉구했다. 장동혁 대표는 “여야 간에 아침에 합의하고 점심이 지나면 손바닥 뒤집는 민주당의 발표를 누가 믿나”며 “추진 않겠다는 말은 ‘오늘은 추진하지 않겠다’는 말로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날 대법관 증원 등 기존 5대 사법개혁 과제에 재판소원, 법 왜곡죄까지 추가한 7대 과제를 공식 추진하기 위한 ‘사법불신 극복·사법행정 정상화 태스크포스(TF)’를 발족했다. 여기에 더해 법원행정처 폐지를 바탕으로 한 국민참여형 ‘사법 행정위원회’ 설치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대법원장에게 집중된 인사·예산 권한을 분산하고 외부 인사를 법원 운영에 투입해 의사결정구조를 투명하게 바꾸겠다는 취지다.

정청래 대표는 이날 “현행 법원행정처 체제는 대법원장의 절대 권력 아래 폐쇄적이고 위계적인 운영 방식으로 판사들의 독립적 판단을 위축시키고 재판에 대한 외부 영향 가능성을 키워 왔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