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대난개발 퐁피두분관 반대 대책위원회가 26일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주민투표 추진을 밝히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박호걸 기자

부산시가 추진 중인 ‘퐁피두 센터 부산’ 유치 사업을 두고 시민단체가 시민의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기대 난개발 퐁피두 분관 반대 대책위원회’는 26일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산시민과 지역 예술계의 의견을 무시한 퐁피두 분관 유치에 대해 시민의 의견을 직접 묻겠다”며 주민투표 추진 계획을 공식화했다.

대책위는 부산시의 행정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황령산 케이블카, 엘시티 등 역대 부산시장들이 부산의 수려한 자연환경을 민간사업자의 수익 수단으로 전락시켜 왔다”고 지적하며 “이번 퐁피두 분관 사업 역시 이기대 공원을 난개발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대책위는 사업 추진 과정의 불투명성과 비민주성을 문제 삼았다. 시가 1100억 원의 건립비와 매년 125억 원의 운영비, 60억 원 이상의 로열티 등 막대한 시민 혈세를 투입하면서도 정작 납세자인 시민의 의사를 묻는 과정은 생략했다는 것이다.

대책위는 “주민투표는 주민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거나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지자체의 주요 결정 사항에 대해 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제도”라며 “시는 비밀리에 사업을 추진할 것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시민에게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뜻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글로벌 문화도시를 표방하면서도 지역의 문화적 다양성을 배제하고 민주적 절차를 무시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꼬집었다.

대책위는 그동안 1인 시위와 토론회 선전전 등을 통해 유치 철회를 촉구해왔으나, 시가 요식행위에 불과한 설명회로 일관하며 반대 여론을 묵살했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지역 미술인들과의 소통 없이 추진되는 미술관은 부산시민을 위한 공간이 될 수 없다”며 향후 주민투표 청구 서명 운동 등 구체적인 행동에 돌입할 것을 예고했다.

한편, 주민투표는 주민투표청구권자 총 수의 20분의 1 이상에서 5분의 1 이하 범위 내에서 지자체의 조례로 정하는 수 이상의 서명으로 그 지자체 장에게 주민투표의 실시를 청구할 수 있다. 부산은 20분의 1인 14만3000여 명이 기준이 될 전망이다. 앞서 부산은 남항대교와 북항대교를 잇는 영도 연결도로 방식과 기장 해수담수 수돗물 공급을 두고 주민투표를 시도했으나 모두 성사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