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의 요건을 강화하기 위한 국회법 개정안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상정된 가운데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 등 운영위원들이 이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26일 국회에서 하고 있다. 김정록 기자

국민의힘은 26일 더불어민주당의 필리버스터 무력화 시도를 두고 “명백한 반민주 폭거이자 ‘절차 독재’ 시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국회운영위원회는 이날 운영개선소위원회를 열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중단 요건을 완화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처리했다. 민주당은 다음달 초 개정안을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본회의 출석 의원이 정족수(60명) 미달이면 의장이 회의를 중단하거나 산회를 선포할 수 있으나, 필리버스터는 예외로 두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날 법 개정을 통해 사실상 필리버스터를 예외로 둔다는 내용을 삭제했다. 대신 정족수가 미달되면 교섭단체 원내대표가 의장에게 정족수 충족이 필요하다고 요청할 수 있게 했다. 이후에도 정족수가 충족되지 않으면 의장은 회의 중지를 선포할 수 있다. 필리버스터가 중단된 상태에서 24시간이 지나면 의장은 재적의원 5분의3 정족수로 필리버스터 강제 종결 표결 진행이 가능하다. 이외에도 개정안은 “의장이 무제한토론을 진행할 수 없는 때 의장이 지정하는 의원이 무제한토론을 진행해야 한다”고 규정해 의장단 업무 부담을 덜도록 했다.

국민의힘 이에 반발하며 이날 표결에 불참했다. 국민의힘 운영위원들은 별도 성명을 통해 “야당의 마지막 합법적 저항 수단마저 무력화시키겠다는 것”이라고 민주당을 비판했다. 이들은 “소수당의 발언권을 빼앗고 토론 자체를 차단하려는, 명백한 반민주 폭거이자 이재명 정권과 민주당이 국회를 통째로 장악하려는 ‘절차 독재’ 시도”라고 규정했다.

이들은 “필리버스터는 다수의 힘으로 소수를 짓누르지 못하게 하고, 국회에서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가 지워지지 않도록 지키는 최후 수단이자 최소한의 견제 장치”라며 “이마저도 다수당의 편의에 따라 국회법상 국회 개의 요건인 의사정족수를 회의진행요건으로 강화해, 마음대로 토론을 끊고, 아무 때나 표결을 강행할 수 있는 일방적 입법 체계를 만들겠다는 발상은, 의회민주주의 근본 원리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위헌적 시도이며 입법 독재를 위한 절차 쿠데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