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1번 잠수함 ‘장보고함’ 34년 항해의 마침표 지난 19일 마지막 항해 임무를 마친 장보고함 승조원들과 안병구 초대함장을 비롯한 당시 인수요원들이 장보고함 승조원들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한민국 해군 잠수함 전력의 출발점이었던 ‘장보고함’이 34년간의 임무를 마치고 역사 속으로 들어간다.

해군은 29일 경남 창원 해군잠수함사령부에서 1천200t급 잠수함 장보고함 퇴역식을 열고, 31일 공식 퇴역시킨다고 밝혔다. 장보고함은 1990년대 이후 한국 해군이 본격적인 잠수함 전력 구축에 나서는 계기를 만든 함정으로, 해양주권 수호 임무의 최일선에 서 왔다.

퇴역식은 김경률 해군작전사령관 주관으로 열리며, 강동길 해군참모총장과 안병구 초대 장보고함장, 역대 승조원과 가족 등 300여 명이 참석해 마지막 항해를 함께한다. 부두에는 장보고함의 뒤를 이은 도산안창호급(3천t급), 손원일급(1천800t급) 잠수함과 잠수함구조함 청해진함, 강화도함이 배치돼 ‘선배 잠수함’의 퇴역을 기념한다.

장보고함은 1988년 독일 HDW조선소에서 건조에 착수해 1991년 진수됐으며, 1992년 해군에 인도돼 1994년 실전 배치됐다. 1997년 하와이 파견 훈련에서는 약 1만8천km를 단독 항해하며 장거리 잠항 능력을 입증했고, 2004년 환태평양훈련(RIMPAC)에서는 미 항공모함을 포함한 함정 30여 척을 상대로 모의 공격을 수행하며 단 한 차례도 탐지되지 않는 성과를 거뒀다.

34년간 장보고함이 항해한 거리는 34만2천마일, 약 61만5천km에 달한다. 해군은 이 기간 단 한 차례의 중대 안전사고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는 국내 잠수함 운용 역사에서 상징적인 기록으로 꼽힌다.

강동길 해군참모총장은 “장보고함이 쌓아 올린 경험과 전통 위에서 해군 잠수함 전력은 더 깊고, 더 강력한 전력으로 발전하고 있다”며 “후속 잠수함들이 대한민국 바다를 굳건히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방산 협력과 수출 지원을 위해 장보고함을 폴란드에 무상 양도할 방침이다. 첫 잠수함의 임무는 끝나지만, 장보고함이 연 잠수함 시대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