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5월 7일, 국회 본회의는 단순한 입법 절차의 자리가 아니다. 이날은 국회가 대한민국 헌법의 공백을 메울 것인가, 아니면 그것을 후대로 떠넘길 것인가를 결정하는 역사적 선택의 순간이다. 지금 국회에 상정된 개헌안은 조문 몇 줄의 수정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어떤 기억 위에 국가를 세울 것인가, 어떤 민주주의 계보를 다음 세대에 남길 것인가를 묻는 질문이다.
일부에서는 헌법 전문에 특정 역사적 사건을 추가하는 것이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또한 헌법이 과도하게 역사 서술의 장이 되는 것에 대한 신중론 역시 존재한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직면한 문제는 어떤 역사를 선택할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이미 있는 헌정 질서를 온전히 기록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1979년 부마민주항쟁은 유신체제를 붕괴시키는 결정적 계기였다. 그 흐름은 5·18 민주화운동으로 이어졌고, 6월 민주항쟁을 통해 헌정 질서의 전환으로 완성되었다. 이 세 사건은 단절된 기억이 아니라 하나의 연속된 헌정사적 과정이다.
그러나 이 역사들은 아직 헌법에 온전히 기록되지 못했다. 헌법 전문은 단순한 서문이 아니다. 그것은 국가가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이며, 국민이 어떤 고통을 감내하며 어떤 자유를 획득했는지를 선언하는 기억의 문장이다. 지금 우리의 헌법은 4·19 혁명까지는 기록하고 있지만 그 이후 민주주의를 완성해온 시민 투쟁은 충분히 담아내지 못한다. 이 공백을 메우는 것이 이번 개헌의 본질이다.
아울러 이번 개헌에 포함된 비상계엄에 대한 국회 통제 강화와 지역 간 격차 해소 및 균형 발전의 명문화는 헌법이 단순한 기록을 넘어 현재의 권력과 구조적 불평등에 어떻게 응답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조항들이다.
문제는 이제 단순한 정치적 판단을 넘어, 헌정적 책임의 문제다.
국민의힘 의원들께 묻고 싶다. 이 개헌안에 찬성하는 것이 과연 특정 정파의 승리를 의미하는가? 아니면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서사를 완성하는 일인가? 부마의 거리에서, 광주의 광장에서, 서울의 거리에서 외쳤던 시민은 특정 정당의 지지자가 아니었다. 그들은 단지 자유를 요구한 국민이었다.
그렇다면 그 역사를 헌법에 새기는 일 역시 정당의 이해관계를 넘어서는 문제여야 한다. 정당은 선거에서 경쟁할 수 있다. 그러나 헌법은 경쟁의 대상이 아니다. 헌법은 공유돼야 할 기억이다.
대한민국은 이미 두 차례 대통령 탄핵을 경험했다. 촛불혁명과 최근의 시민적 저항은 국민주권이 여전히 살아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동시에 그것은 우리 헌법이 아직 완결된 기억의 구조가 아니라는 사실도 드러낸다. 이제 헌법은 응답해야 한다. 헌법은 법률가의 문장이 아니라, 국민의 기억으로 쓰여야 한다.
5월 7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각 의원은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될 것이다. 당론을 따르는 정치인의 자리인가, 아니면 역사를 따르는 시민의 자리인가.
국민의힘 의원 여러분께 호소합니다.
“이 결정은 특정 정치세력의 승리가 아니라, 헌정 질서를 정리한 초당적 결단으로 기록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기록은 각 의원의 이름과 함께 남게 될 것입니다. 부마, 5·18의 이름을 헌법에 새기는 순간, 그것은 특정 세력의 승리가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의 승리가 될 것입니다. 부디 이 표결에서 헌정 질서를 완성하는 선택을 해주시기 간곡히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