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원서 접수번호로 실제 지원 규모와 경쟁률을 유추할 수 있다’는 인터넷 상의 소문이 사실인 것으로 확인됐다. 대학 당국과 교육부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대학들은 경쟁률 확인을 통해 막판에 원서접수가 몰리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원서접수 마감 2~3 시간 전에는 경쟁률을 공개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편법을 통해 경쟁률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국회 교육위원회 김희정 위원장(국민의힘·부산 연제)은 27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확인한 결과, 전국 197개 일반대학 중 143곳(제출 165, 미제출 32)에서 접수번호를 통해 실제 지원 인원을 파악해 경쟁률을 유추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인터넷 등에서 ‘가족이나 지인 등 제 3자 명의로 대입원서를 접수한 뒤, 발급된 접수번호를 통해 실제 지원하려는 대학 학과의 지원 규모와 경쟁률을 유추할 수 있다’는 내용이 공유되고 있는 것을 김 위원장이 확인한 결과다.
예를 들어 대입 원서 접수번호가 ‘A20260120’이면, 끝자리 숫자인 ‘120’이 해당 시점까지의 실제 접수 인원을 뜻한다. 가령 20명을 모집하는 B대학 학과의 원서 접수번호가 ‘B1010120’이라면 ‘101 번 전형에 120번째로 접수된 것’으로 해석된다. 해당 시점에서는 경쟁률이 6 대 1이라는 점을 예측할 수 있는 셈이다.
이번에 확인된 대학 143곳은 전체 일반대학의 약 8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연세대와 고려대 한양대 등 서울 소재 대학 30곳뿐만 아니라 부산대와 인천대 충북대 제주대 등 국립대 25곳도 포함됐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경희대 전남대 등 이번 수시모집 원서접수 전산 장애 당시 구제신청을 받았던 56개 대학 중 42개 대학도 마찬가지였다.
김 위원장은 “수험생들은 대학에 가기 위해 12년이라는 긴 시간을 달려왔고, 그 마지막 선택이 바로 대입 원서 한 장”이라며 “하지만 그 간절한 선택이 대입 행정의 미숙과 교육부의 관리 부재로 인해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큰 혼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편법이 통하면 경쟁률 비공개는 무의미할 뿐만 아니라 편법을 알지 못한 학생들과의 정보의 격차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교육부가 이 같은 구조를 지금까지 몰랐다면 무능한 것이고, 알고도 방치했다면 무책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번 조사를 통해 인터넷에 떠돌던 소문들이 사실로 확인된 만큼, 교육부는 이를 개별 대학의 운영 문제로만 맡겨둘 것이 아니라 정시모집 전 구체적인 개선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