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화가 넘쳐나는 중국에 달러부족이라는 특이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중국 금융당국이 달러를 묶어두면서 오히려 시중의 달러가 부족할 정도가 된 것이다. 엄청난 무역흑자를 내고 있는 중국이 급격한 유동성 증가로 인한 인플레를 막고, 위안화 평가절상 압박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실제로 25일 위안화 환율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국 인민은행은 이날 은행간 거래기준이 되는 위안화 기준 환율을 달러당 7.0436위안으로 고시했다. 위안화 환율이 처음으로 달러당 7.05위안을 넘었다. 달러화는 미국의 경제침체로 약세를 보이다 최근 반등했으나 위안화의 절상 추세는 바뀌지 않고 있다. 무역흑자로 달러화가 넘쳐나는 게 첫번째 원인이다.
실제로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현재 1조6500억 달러에 달한다. 이 많은 달러의 대부분이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에 들어와 있다. 중국 시중은행들은 위안화 평가절상으로 인한 손실을 막기 위해 달러를 확보하는대로 중앙은행에 팔고 있다. 이 때문에 중앙은행에는 달러가 넘쳐나는데 정작 시중 은행에는 달러 품귀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중국 당국의 엄격한 외환 관리도 달러 부족 사태에 한 몫하고 있다. 중국은 투기자금의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국내 달러 공급을 제한하고 있다. 국가외환관리국은 지난해 은행들의 단기 외환 채무 쿼터를 큰 폭으로 축소했다. 외국은행의 경우 2006년의 60%, 국내 은행은 30% 수준으로 낮추도록 했다.
올해는 은행들의 단기 외환 채무 쿼터가 이보다 더 낮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베이징의 한 국영은행 딜러는 "많은 이들이 올해 은행들의 단기 외환채무 쿼터가 작년의 절반으로 축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차이나 이코노믹 모니터'의 이코노미스트 마 진 씨는 "당국이 과도한 유동성을 줄이기 위해 애쓰고 있는 만큼 은행권의 외환 자금에 대해서도 통제를 늦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달러 차입 가산금리도 상승하고 있다. 지난주 중국 국내시장의 6개월 만기 달러 차입금의 가산금리(런던은행간 대출금리 기준)는 11.34%포인트였다. 한달전(4.5%포인트)에 비해 무려 3배 가까이 올랐다.
지금은 달러 부족으로 은행들의 외환 관리는 물론 중국 업체들의 달러 자금조달도 어려움을 겪을 정도다. 북미지역 은행의 한 딜러는 "달러 부족이 심각해 중국 업체들의 달러 자금조달에 지장을 줄뿐 아니라 은행들의 외환 업무를 제한해야 할 정도"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당분간 달러 부족 현상이 해소되지 않을 전망이다. 중국 당국이 외환 관리를 오히려 강화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국가외환관리국의 한 소식통은 "중국 당국이 외환 관리를 완화하기보다 강화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말했다. 역시 인플레와 위안화 평가절상을 막기 위해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