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DC 국회의사당 앞에서 자동차 노동자들이 자동차 산업 구제 법안 처리를 촉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AFP

미국 의회가 8일(현지시간) 150억 달러 규모의 자동차 구제법 초안을 백악관에 이송함에 따라 자동차 구제법안 처리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미국 자동차 산업에 대한 구제금융 투입이 현실화 할 경우 차 업계가 정부의 철저한 감시·감독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하원의장 이번주 표결 희망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자동차구제법안은 자동차 업계의 생존을 위한 것이고 경영진과 노동자 채권자 등으로부터 양보를 요구하는 것이라면서 의원들은 이번 주 표결을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민주당 의원들은 이번 구제안이 GM과 포드 크라이슬러 등 빅3 자동차에 긴급 연계자금을 지원하는 것이지만 자동차 업계의 생존을 위해 구조조정을 요구하고 조지 부시 대통령이 임명한 감독관이 이러한 노력을 감시·감독하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백악관 관계자들은 의회가 법안을 이송한 직후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익명을 요구한 백악관의 관계자들은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민주당의 자동차 구제안 내용을 검토하기 시작했다"면서 "초안은 생존 가능성이 있는 기업에 장기 지원을 한다는 원칙에 맞지 않는 것 같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이들은 또 민주당의 구제법안에 대해 자신들이 가진 의문이 정당한 것인지 분명히 말하기는 어렵다면서 의회 대표단과 계속 대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우리는 이들 기업에 납세자들의 돈을 빌려주는 것을 흔쾌히 생각하지는 않지만 지원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이것은 백지수표나 맹목적인 희망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부의 철저한 감시·감독

백악관과 민주당 그리고 차기 행정부 측 인사들까지 참여하는 자동차 구제법안 마련 작업에 감시·감독 방안이 지원금액 및 방법 등과 함께 논의의 중심축이 되고 있다. 명확한 그림이 나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한 것은 구제자금을 수혈받는 조건으로 GM과 포드 크라이슬러 등 '빅3' 업계에 대한 관리·감독이 불가피하다는 데 모두 공감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도 주주들과 노동자 경영진 채권자들이 모두 중대한 양보를 하지 않고는 '빅3'에 대한 구제자금은 현실화되기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차 업계도 인력 감축, 급여 삭감, 새로운 노사협약 체결 등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현재 유력하게 검토되는 안은 환경부 장관을 포함해 관련 5개 부처가 참여하는 상설 감독기구를 설치하고, 위원장은 독립적 인사가 맡도록 하는 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뉴욕타임스가 이날 보도했다.

아울러 납세자 보호를 위해 정부가 3개 회사의 주식 워런트(지분 매입권)를 갖는 방안과 함께, 회사의 임원급여 한도를 정하고, 공적자금 채무가 남아있는 상태에서는 주식 배당을 금지하는 방안 등이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또 2500만 달러 이상 사업거래시 정부 승인을 받는 방안도 들어있다.

여기에 임원들의 대폭 물갈이도 피할 수 없는 선택이 될 전망이다. 상원에서 자동차산업에 대한 구제금융 법안 처리를 담당하고 있는 크리스토퍼 도드 위원장은 CBS방송의 '페이스 더 네이션(Face the Nation)'에 출연, 자동차업체에 정부 자금이 지원되면 새 경영진이 들어서야 하며 리처드 왜고너 GM회장은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크라이슬러의 경우 계속 생존하기 위해서는 다른 업체에 합병돼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하고 포드에 대해서는 "가장 건실한 국내 자동차업체"라고 평가해 경영진 교체를 요구하지는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