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을 전면 중단해 물의를 일으켰던 시중은행들이 당국의 강력한 경고에 실수요자 대출을 재개했다.
하지만 이들 은행의 대출 증가율이 가이드라인을 이미 넘어선 상태여서 실질적으로 대출이 재개될 지는 의문이다. 국민은행이나 외국계 은행 등 대출 중단 방침을밝히지 않았던 은행들과 보험사들은 `풍선 효과'마저 기대하는 분위기이다.
◇ 농협.신한 "실수요자 대출은 시행"
대부분의 가계대출을 전면 중단해 원성을 샀던 농협은 현재 일부 실수요자에 대출의 길을 터주고 있다.
농협 관계자는 "단위농협에 전달이 잘못돼 대출을 전면 중단했다는 비난을 받았는데 실수요자 대출까지 중단된 것은 아니다"며 "이를 명확하게 해서 오해를 없애는차원에서 공문을 단위농협에 보냈다"고 말했다.
신한, 하나, 우리은행 등도 심사를 엄격하게 할 뿐 신규 가계대출을 전면 중단하는 것은 아니라며, 서민 대출이나 전세자금 등 실수요자 대출은 계속 한다는 방침이다.
시중은행이 이처럼 한발 물러선 것은 금융당국의 강력한 경고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당국이 연간 목표치를 제시했다고 은행들이 갑자기 대출을 닫아버리는 건 말이 안 된다"며 "계획을 세워 서민을 중심으로 대출이 나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농협, 신한은행 등이 실질적인 대출 재개에 나설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전월 대비 가계대출 0.6% 증가율이 가이드라인으로 통용되고 있지만 농협은 이달 들어 17일까지 가계대출이 4천941억원 늘어 증가율이 0.84%에 달한다. 신한은행도 같은 기간 증가율이 0.57%로 0.6%에 거의 육박하고 있다.
◇국민, 외국계 은행 "대출고객 기다린다"
가계대출 중단 방침을 밝히지 않은 은행들은 고객들이 몰리며 `풍선 효과'를 즐기고 있다.
국민은행 영업점에는 고객들로부터 대출 문의 전화가 잇따라 걸려오고 있다.
국민은행 본점 영업부 직원은 "오전 중에 언론 보도를 보고 대출을 문의하는 전화가 여러 통 왔다"며 "아직 고객이 많이 몰리지는 않고 있지만, 농협이 대출을 중단한 후 대출 문의를 위해 영업점을 방문한 고객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하반기 들어 가계대출을 영업점 평가 항목에서 제외하면서 그동안 대출 영업에 적극적이지 않아 다른 은행에 비해 대출 여력이 많은 편이다.
이달 말까지 국내은행의 신규대출 중단이 지속될 경우 신규 담보대출 수요가 외국계 은행으로 점차 몰릴 가능성은 커지고 있다.
한국씨티은행 신용산지점 관계자는 "다른 은행 대출이 안되면서 고객들이 많이 몰려 본점의 대출 승인이 다소 지연되고 있다"며 "평소 금요일에 신청하면 다음주 월요일 정도 대출이 이뤄지지만 이번에는 수요일은 돼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SC제일은행 콜센터 직원은 "시중은행 대출 중단 보도 후 평소보다 주택담보대출문의가 꽤 늘었다"며 "기존 국내은행에서 대출이 막혀 답답하다며 SC제일은행은 가능한지 물어보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이 직원은 "이 같은 문의가 계속 늘어나는 추세"라며 "이러한 문의를 받으면 다른 은행 주택담보대출이 힘들어지더라도 SC제일은행으로 쉽게 갈아탈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외국계 은행 관계자는 "대부분의 외국계 은행들의 가계 대출 증가율이 0.6%를 넘지 않기 때문에 신규 주택담보대출을 감내할 여력은 충분하다"고 밝혔다.
보험업계 또한 은행의 가계 대출 규제에 따른 반사 효과를 은근히 기대하고 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이 힘들어진다면 보험사로 올 가능성도 있다"면서 "주택담보대출 상품은 거의 비슷하므로 어디까지나 고객 선택에 달려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