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국 "경직된 운용 말라" 압박에 실수요자 위주 다시 대출 불구
- 일부 은행 "대출자금 여력없다"
- 본격 재개 내달돼야 가능할 듯
금융당국이 가계대출을 중단한 시중은행에 철회를 요구하고, 우선 순위에 따라 실수요자 위주로 대출하도록 지도했다. 그러나 농협 등 일부 은행들은 당국 지침인 '전월 대비 상승률 0.6%'를 이미 넘겼거나 이에 육박해 대출 여력이 없다는 입장이어서 본격적인 대출 재개는 다음 달이 돼서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19일 "가계대출 관리가 어렵다는 이유로 은행이 사전 예고없이 대출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며 "우선 순위를 따져 대출하도록 하고, 생계용 서민대출 등 꼭 필요한 대출은 반드시 이뤄지도록 지도하겠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전날 밤 단위농협을 포함해 전 영업점에 대출 중단 공문을 보낸 농협에 철회를 요구했으며, 신한·우리은행 등 최근 대출을 중단한 다른 은행에도 주의를 촉구했다.
이에 따라 농협중앙회는 이날 오전 각 지점에 공문을 보내 용도가 분명한 건에 대해서는 신규 대출을 하도록 했다. 농협은 다만 실수요자 위주의 여신은 계속 취급했다고 설명하며 "당국 말을 듣고 신규 대출을 자제했는데 당국이 입장을 바꿨다고 금방 되돌리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농협은 지난달 가계대출 상승률이 1.4%로 당국 지침인 0.6%를 초과한 상태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도 마찬가지다.신한은행 관계자는 "대출심사를 대폭 강화해 신규 여신을 자제하고 있지만 처음부터 긴급한 목적의 서민대출은 취급했다"며 "가계여신을 최대한 자제한다는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신한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은 0.57%로 가이드라인인 0.6%에 육박한 상태다.
실제로 이날 은행 창구에선 대출 용도 심사가 한층 강화돼 고객들의 불편이 계속됐다. 은행들은 다음 달은 돼야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등 가계여신 업무를 정상화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결국 하루 만에 강온을 오간 금융당국의 정책 혼선과 시중은행들의 무책임한 행태에 금융 소비자들만 피해를 보게 됐다. 금융당국은 리스크 관리를 당부했더니 아예 중단했다며 은행에 책임을 전가한 뒤 가계대출 전면 중단 행위는 은행법에 저촉된다고 시정조치를 지시했다. 그러나 당국이 비정상적인 가계대출 급증을 지적하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마당에 은행들이 목표치를 맞추기 위해 무리수를 둘 수밖에 없는 상황을 예상 못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가계부채 문제의 심각성이 충분히 인지된 상태에서 이를 무분별하게 늘렸다가 금융당국의 경고에 갑자기 대출 중단으로 대응한 은행들도 비난을 피하기 힘들게 됐다.
한편 5대 시중은행의 이달 대출여력은 4700여억 원에 불과하다. 국민은행 등 대출 중단 방침을 밝히지 않았던 은행들과 보험사들은 '풍선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