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선후보 테마주' 9개 종목
- 기업 성과 ·펀더멘털과 별도
- 후보 인맥 이유로 주가 급등

- 경영진·작전세력만 돈방석
- 대규모 매각에 주가 급락
- 개미투자자 투자 주의보

대선이 석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정치권보다 더욱 들썩이는 곳이 증권가다.

증권가에는 자고 나면 새로운 종목들이 '정치인 테마주'로 이름을 올리며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주가 등락률이 워낙 높으니 일반 투자자들도 '한방'의 유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문제는 해당 종목이 '폭탄'인줄 알면서도 '폭탄 돌리기'에 동참하고 있다는 것. 내 앞에서 터지지 않기만을 바란다. 그러나 개미 투자자들은 시세조종 세력의 희생양이 되기 전에 손을 떼는 것이 현명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이유없는 주가 급등'

최근 한국거래소는 지난달 주가가 이상 급등해 조회공시를 요구한 테마주 9개 종목의 경영실적을 분석했다. 그 결과 올 2분기 평균 4000억 원의 영업손실과 4억8000만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대다수 테마주의 주가가 기업의 실적이나 펀더멘털과는 무관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뜻이다.

대선 후보와의 단순한 인맥 등을 이유로 최근 주가가 이상 급등한 종목은 140여 개에 이른다. 시가총액이 작아 시세조종에 유리한 소형주들이 대부분이다.

써니전자는 송태종 대표가 안랩 경영전략실 이사로 근무했다는 이유로 올 초만 해도 300~400원 수준이었던 주가가 지난달 27일 1만1500원까지 올랐다. 이상호 우리들병원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주치의였다는 점에서 문재인 테마주로 분류되는 우리들제약, 우리들생명과학 등도 올초 400~600원대에서 최근 3000원대로 급등했다.

그러나 테마주들의 운명은 급하게 오른만큼 하락 속도도 빠르다. 미래산업은 지난달 22일까지 466원에 머물렀지만 정문술 창업주와 안철수 원장이 친분이 있다는 소문과 함께 급등해 지난 13일 장중 한때 2245원까지 오르기도 했다.하지만 전거래일에 하한가인 1765원으로 마감한 뒤 17일에도 급락세다.

이미 '폭탄 돌리기'가 시작된 곳도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 동생인 박지만 씨가 회장으로 있는 EG는 작년 주가 상승률이 66.31%였지만 올 들어선 오히려 8% 가까이 내렸다. 박 후보의 저출산 관련 정책 수혜주로 꼽히면서 작년에 주가가 4~5배 올랐던 아가방앤컴퍼니와 보령메디앙스의 주가는 올해 각각 27.6%, 29.2% 내렸다.

■대주주, 작전세력만 차익실현

문제는 이같은 테마주 열풍에 돈 버는 사람들은 따로 있다는 데 있다.

안철수 테마주 써니전자는 최대주주 일가들이 8~9월 고점에서 기다렸다는 듯 주식을 팔아 100억 원의 차익을 남겼다. 오픈베이스도 최대주주와 임원들이 대거 주식을 매도했고, 이들의 매도 소식에 주식이 급락하는 바람에 투자자들의 원성을 샀다.

박근혜 테마주 아가방앤컴퍼니의 대표는 지난 2월 62만 주를 주당 약 1만7000원에 팔아 100억 원이 넘는 차익을 남겼다. 문재인 테마주 신일산업 역시 최대주주가 올 들어 신주인수권부사채(BW) 150만 주를 보통주로 바꾼 뒤 65만 주를 바로 팔아 4억여 원의 이득을 챙겼다.

결국 테마주 열풍으로 돈을 손에 쥔 것은 오너 일가와 소수의 작전 세력일 뿐이라는 것이다. "내 앞에선 안 터지겠지" 하며 덥썩 고점에서 주식을 샀던 투자자들은 단기간 수십%의 손실 폭탄을 떠안고 말았다.

거래소 관계자는 "대선이 다가올수록 테마주의 주가 급변이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자들은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는 종목을 단순 추종 매수할 경우 큰 손실을 입을 수 있으므로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