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격에 휩싸인 기재부

- 부랴부랴 보완책 마련 나서
- 세부담 기준 5000만 원 유력
- 부자증세엔 반대 입장 여전

# 기준선 5000만 원 땐

- 세수 절대부족 사태 불가피
- 복지공약 재원 마련 '빨간불'
- 현오석·조원동 책임론 고조

숱한 논란을 야기한 올해 세법개정안이 박근혜 대통령의 원점 재검토 지시로 수정 작업에 들어가면서, 그간 '서민 정책'을 강조해 온 현오석 경제팀도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할 전망이다.

당장 기획재정부가 연간 총소득 기준 상향 등 보완책 마련에 착수했지만 '애초부터 국민의 어려움을 헤아리지 못했다'는 사태의 본질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새법개정안 보완이 어떻게 이뤄지느냐에 따라 박 대통령의 복지공약 추진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 세 부담 기준선 상향 가닥

기재부는 12일 오전 박 대통령이 원점 재검토 의사를 밝히자 당혹감을 넘어 '부처가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는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올해 세법개정안에 대해 심혈을 기울인 만큼 시민단체와 야당 반발에 적극 대응하는 모습이었으나, 발표 나흘 만인 이날 대통령이 직접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서자 부랴부랴 보완대책 마련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애초 오늘(12일) 오후 4시 현오석 부총리 주재로 확대간부회의를 열 예정이었으나 (오전 박 대통령 지시 때문에) 대부분의 간부들이 세법개정안 협의에 들어갔다. 상황이 너무 긴박하다"고 부처 내 혼란 상황을 전했다.

기재부에 따르면 세법개정안 수정은 세 부담이 증가하는 '연간 총급여액 3450만 원 이상 근로자' 기준을 상향 조정하는 방안이 가장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일 발표 때 해당 기준을 제시해 '중산층 증세' 논란이 불거진 만큼 이를 5000만 원 이상으로 높이면 이 같은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판단이다.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강병구 소장(인하대 경제학부 교수)은 "고소득층과 대기업이 제대로 된 세 부담을 하지 않아 이 같은 조세저항이 나타나는 것"이라며 "현재로선 중산층 기준을 5500만 원으로 설정하는 것이 가장 적당하다"고 말했다.

3450만 원부터 7000만 원까지의 소득 구간을 세분화하는 방안도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세법개정안은 해당 소득 구간의 모든 근로자 세금이 16만 원 늘어나도록 했지만, 이를 구간별로 나눠 세 부담을 차등화하겠다는 것이다. 기재부는 그러나 '부자 증세'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복지공약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증세는 하지 않겠다'는 것이 기본 방침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최고세율(38%)이 적용되는 과세표준 구간을 현행 3억 원 초과에서 1억5000만 원 초과로 낮추자는 야당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복지공약 차질 빚을 듯

올해 세법개정안이 박 대통령의 복지공약 추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세 부담 증가 기준선이 5000만 원 이상으로 높아지면 세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기재부는 지난 5월 공약가계부에서 국정과제를 추진하기 위해 2017년까지 총 135조 원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이 가운데 국민 세금으로 48조 원을 조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2013년 세법개정안 중 비과세·감면 정비로 마련되는 세입재원 규모는 2017년까지 12조 원 수준이다. 기존 계획에서도 세수 부족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5000만 원으로 올리면 복지공약 재원을 제대로 마련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강 소장은 "정부 계획대로라면 '세수 절대부족' 사태가 올 수 있다"며 "국민에게 증세의 필요성을 알리되 대기업과 고소득층이 저소득층보다 세금을 많이 부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에 대한 책임론과 일부 경제라인의 문책론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그간 현 부총리가 '존재감이 없다'는 등의 비판 속에서도 박 대통령으로부터 재신임을 받으며 자신감을 찾아갔지만 지난달 취득세 영구인하 방침에 따른 지자체 반발과 이번 세법개정안으로 향후 리더십에 큰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특히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이 "(3500만~7000만 원 근로자가) 16만 원 정도를 세금으로 내는 것은 감내할 수준"이라고 말한 것도 이 같은 경제라인 문책론에 기름을 부었다는 지적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그러나 "현재는 세법개정안의 문제점을 놓고 당정이 협의를 진행하는 과정"이라며 "여러 비판은 있을 수 있지만 책임론까지 나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