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하기관 쪼개 본원 유명무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해양과기원)의 부산 완전 이전이 사실상 좌초 위기에 빠졌다. 해양과기원의 산하기관 쪼개기로 '껍데기'만 부산에 올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 2월 부산 영도구 동삼혁신도시로 이전할 예정인 해양과기원은 경기도 안산의 본원 부지가 매각되지 않아 이전이 지연되는 가운데 수도권에 서해연구소를 만들어 인력과 기능을 잔류하려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양과기원 내부 기관인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는 인사·예산·조직이 분리된 부설기관으로 최근 독립했다. 게다가 부설기관인 극지연구소도 극지연구원으로 승격해 법인 분리를 위한 법제화(인천 영구 잔류)에 나선 상태다.

본지 취재팀이 새누리당 하태경(부산 해운대·기장을) 국회의원을 통해 14일 단독 입수한 '서해연구소 설립추진단 현황'을 보면 해양과기원은 "부산으로 이전하면 서해권역 연구거점 공백이 발생해 서해연구소 설치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 2012년 7월 1일 자로 서해연구소 설립추진단을 설치했다"고 밝혔다. 해양과기원은 경기도 화성시에 서해연구소를 두기 위해 지난해 1월 15일 화성시청 관계자를 면담했다. 또 두 달 뒤에는 태스크포스를 꾸렸으며, 지난해 말까지 사전기획연구(사업비 2000만 원)를 진행했다. 이는 공공기관의 비수도권 이전 법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도 14일 대전에서 부설기관 설치 기념식을 열었다. 부설기관이 되면 본원은 부설 연구소장 선출에만 관여할 뿐 부설기관에서 독자적으로 진행하는 핵심사업에서 빠지는 등 그 영향력은 축소된다. 부산 이전 대상이었던 극지연구소는 인천 정치권과 함께 노골적으로 독립법인화를 요구하고 있다.

해양과기원의 '껍데기 부산 이전'이 본격화되고 있는 셈이다. 해양수산부는 지난해부터 해양과기원을 3개 연구기관(해양선박플랜트, 극지연구원 등)으로 쪼개 산하기관 늘리기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부산경제살리기시민연대 박인호 상임의장은 "서해연구소를 만들겠다는 것은 부산 이전을 지연하려는 핑계"라며 "부산시와 지역 정치권이 해양과기원 이전 지원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해양과기원 김나영 홍보팀장은 "서해연구소 설치 건은 공식적으로 진행된 바 없다. 차라리 부산으로 빨리 이전해 연구를 안정적으로 해야 한다는 내부 목소리도 많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