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부산 영도구 동삼동 혁신지구에 이전 예정인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부지가 착공도 하지 못한 채 비어 있다. 백한기 선임기자 baekhk@kookje.co.kr

- "이전 땐 인재 확보난" 주장
- 서해硏 2009년부터 추진
- 작년 경기도 화성 설치 용역
- 본원 이전후 논의 사항 지적

- 선박해양플랜트 연구 중심
- 부울경서 대전 이동 우려
- 컨트롤타워 부재로 현장과 연계성 약화도

정부는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해양과기원)의 부산 이전이 시작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해양과기원 쪼개기'에 집중하고 있다. 부활한 해양수산부가 조직을 확충하고 새 분야를 개척하려는 것으로도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해수부의 '산하기관 늘리기' 포석이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정작 '부산, 동북아 해양클러스터 구축'이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외면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서해연구소 설립 속내는

해양과기원이 서해연구소 설립을 추진했던 것은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해양연구원(해양과기원 전신)은 교육과학기술부를 통해 국토해양부에 보낸 2009년 9월 15일 자 '해양연구원 지방이전계획'에서 "수도권에서 배출되는 해양학 관련 우수대학 졸업인력의 유인 요인이 부산 이전으로 약화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최고의 전문 두뇌집단 확보를 생명으로 하는 출연 연구기관으로서 연구력 저하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부산 이전으로 서해권역 연구에 대한 공백이 발생한다"며 서해연구소 설치를 주장했다.

해양연구원 후신인 해양과기원이 지난해 본격적으로 서해연구소를 경기도 화성시에 설치하기 위해 용역을 수행한 것은 해양과기원의 서해 연구가 본질이 아니라 '인력과 기능의 수도권 잔류'가 주목적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부산경제살리기시민연대 박인호 상임의장은 14일 "서해연구소 설치는 본원의 부산 이전 이후에 논의해야 할 사항"이라고 잘라 말했다. 반면 해양과기원 측은 "서해연구소 설치에 관해 내부 연구원들이 공유한 바는 없다"고 해명했다.

■해수부, 산하기관 늘리기

산하기관이 적은 해수부는 '해양과기원 쪼개기'를 통해 '산하기관 늘리기'에 주력하고 있다. 이 같은 해수부의 작업에 따라 해양플랜트 연구의 무게중심이 부산 울산 경남에서 대전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주영 해수부 장관은 이날 대전에서 열린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이하 플랜트연구소) 부설기관 설치 기념식에서 "우리나라는 해양플랜트 산업의 후발주자이지만 세계 수준의 조선·엔지니어링·철강·전자산업 간 시너지를 창출하면 선진국을 추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플랜트연구소의 관련 기관인 해양플랜트 산업지원센터는 경남 거제시에 건립 중이고, 부산 강서구 생곡지구에 세계 최대의 심해공학수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경남 거제, 부산, 울산은 세계 최대의 조선·해양플랜트 클러스터다.

문제는 몇 년 후 심해공학수조와 산업지원센터가 건립되면 발생할 수 있다. 만약 플랜트연구소가 부설기관이 되지 않았다면, 부산으로 이전하는 해양과기원 본원을 중심으로 해양플랜트 핵심 현장인 부울경과 대전 분원 간 긴밀한 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다. 부울경 현장과 대전 간에 갈등이 생기더라도 부산의 해양과기원 본원이 컨트롤타워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플랜트연구소가 부설기관이 됨으로써 현장과 부설기관 본원(대전) 간 연계성은 약해질 가능성이 크다. 부설기관인 극지연구소는 "별도의 기관"이라면서 해양과기원 본원과 갈등 국면을 형성한 바 있다. 플랜트연구소도 극지연구소의 전철을 밟지 않으라는 법은 없다.

플랜트연구소 김영창 성과홍보팀장은 인력문제와 관련, "부산에 심해공학수조가 건립되면 별도의 인력을 충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해수부 관계자는 "예전의 분원 체제로는 현재 진행 중인 해양플랜트와 관련된 부산과 경남의 거대 프로젝트를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국가해양정책연구회 김정희 운영위원은 "플랜트연구소의 부설화 문제는 국가정책과 현장을 면밀히 보고 추진했어야 했다"며 부정적 견해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