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상문제도 소비자에 떠넘겨
정부가 현대자동차 싼타페 등 자동차 연비 재검증 과정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결국 부처별로 다른 의견을 내놓았다. 정부는 26일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브리핑을 열고 '자동차 연비 재검증 추진 경과 및 결과'를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재검증을 실시한 국토부와 산업부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했다. 국토부는 현대차 싼타페와 쌍용차 코란도스포츠의 연비를 재검증한 결과 각각 신고된 것보다 6.3%, 7.1% 연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나 부적합 판정을 내렸으며, 양사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연비 부적합 판정으로 자동차업체에 과징금이나 과태료가 부과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산업통상부는 현대차 싼타페에 대해서는 국토부의 판정과 달리 '적합' 판정을 내렸다. 다만 아우디 A4 2.0 TDI, 폭스바겐 티구안 2.0 TDI, 크라이슬러 지프그랜드체로키, BMW 미니 쿠퍼 컨트리맨 등 수입차 4개 차종의 연비는 부적합하다며 과태료를 부과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연비 과장에 대해 최대 10억 원(매출의 1000분의 1)의 과징금을 물릴 수 있도록 한 자동차관리법 규정에 따라 현대차와 쌍용차는 각각 10억 원과 2억여 원의 과징금을 내야 한다.
이 같은 정부 발표에 대해 자동차 업계는 부처별로 각기 달리 발표한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의를 제기하겠다는 입장이다. 현대차는 "정부부처의 상이한 결론 발표에 대해 매우 혼란스럽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앞으로 현대차의 입장을 충분히 소명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남양연구소를 통해 정부기관의 이번 측정방법 등을 자체 검증한 뒤 이의를 제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처럼 정부의 엇갈린 발표에 대해 자동차 업계가 일제히 반발하고 나서면서 소비자보상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행법에 따르면 연비과장으로 과징금을 받더라도 제작사가 피해보상을 해야 할 의무는 없다. 제조사가 자발적 보상에 나서지 않으면 소비자들이 직접 제작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 나설 수밖에 없다. 정부도 소비자 구제는 개별 소비자의 몫이라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소비자 구제 문제는 법정 공방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