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래 '부동산서베이' 대표는 부산 부동산 시장이 "미쳤다"고 한다. 부산의 집값과 전세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뛰는 탓이다.

4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금융위기로 거래절벽이 온 2008년 12월 대비 지난해 12월 기준 부산의 매매가는 40% 올랐다. 7대 도시 중 대구(32%)에 이어 2위다. 전세가 상승률도 상위권이다. 부산은 6년 새 62% 폭등해 대구(84.7%)와 서울(69.2%)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수도권은 집값이 내리고 전세가만 오른 반면 부산은 모두 올랐다.

분양시장 역시 과열이다. 지난해 전국 청약 경쟁률 1위는 377.5 대 1을 기록한 부산 서구 서대신동 푸르지오(99㎡)였다. 청약자 수 1위는 14만63명이 접수한 부산 금정구 장전래미안.

'미친' 매매·전세가는 주거빈곤을 확산한다. 저소득층은 쪽방, 고시촌, 비닐하우스로 쫓겨나기 십상이다. 가장 강력한 정책 수단은 공공임대주택 건설. 박근혜 대통령 공약인 '행복주택'이나 새정치민주연합의 '신혼부부용 임대주택'도 공공임대주택 유형의 하나다.

부산 부동산 시장 과열원인 중 하나는 공공임대주택 부족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체 주택에서 공공임대주택 비중은 2013년 현재 5.93%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평균 11.5%의 절반이다. 도시별로는 광주(9.82%)가 가장 높고 대전(6.80%) 서울(6.0%)이 뒤를 잇는다. 부산의 공공임대주택 비중은 132만5700가구 중 4.36%(5만7749가구)로 7대 도시 중 6위에 그쳤다.

조승호 부산시 창조도시국장은 "공공임대주택 부족은 인정한다"면서도 "투자 재원이 없다"고 말했다. 2012~2013년 부산에 공급된 공공임대주택은 총 6628가구.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83.5%인 5535가구를 책임졌다. 부산시와 부산도시공사는 16.5%인 1093가구 공급에 그쳤다. 같은 기간 서울의 공공임대주택은 부산의 5배에 가까운 3만2288가구가 늘었다. 이 중 49.4%인 1만5945가구를 서울시가 확보했다.

동서대 김종건(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부산시는 10년 동안 부동산 경기 살리기와 '자가주택 보유' 정책에 집중했다. 공공임대주택 공급은 암흑기였다. 부산도시공사도 1990년대 후반부터 서민주거 안정이란 본분을 망각하고 산업단지 개발에만 열을 올렸다"고 말했다.

260여 곳인 부산 재개발·재건축 사업장은 주거불안의 또 다른 뇌관이다. 매년 철거 난민이 쏟아진다. 사회복지연대 박민성 사무처장은 "서울시는 저소득층뿐 아니라 중산층을 위한 협동조합형 임대주택 공급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면서 "서병수 부산시장이 앞장서 복지의 기초인 공공임대주택 정책의 새판을 짜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